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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함양상림, 여름 꽃에 심장을 포개다

함양상림, 여름 꽃에 심장을 포개다

하늘조차 제정신을 잃어버린 계절,
기어이 땅을 할퀴고 간
살인적인 가뭄과 기습적인 폭우.
벌어진 상채기 위로
무겁고 흐린 볕만 지루하게 맺힌다.
그 어지러운 공기 속에서도
일주일 전 스쳐간 보랏빛 잔상이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아서,
나는 조급한 마음을 안고
다시 함양으로 향한다.
상림공원 꽃단지에 서니
해바라기만 억지로 볕을 받쳐 들고
수련만 외로이 물꼬를 틀 뿐,
버들마편초도, 숙근사루비아도
아직 제 안의 보라를
다 피워내지 못했다.
모두가 야속한 하늘의 탓이리라.
그러나 계절의 몽니가 무슨 상관이랴.
꽃송이를 툭, 툭 건드리는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처럼
나는 조용히
그 보랏빛 흔들림 사이를 누빈다.
어둠 속에서 늑대가
홀로 달을 염원하듯,
사라져가는 이 여름의
마지막 자태 위에
가만히 내 심장을 포개어 놓는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저마다의 자리를 지켜내는 꽃들을 보며,
계절이 남긴 상처를
다독이는 법을 배워갑니다.
함양상림공원에서 만난
여름의 끝자락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2026. 8. 20.
함양상림공원 꽃단지에서...

여행 정보 & 위치
위치: 함양군 함양읍 대덕리 255-2
입장료, 주차: 무료
빅토리아 수련은 이번 주말에 대관식이 예상되며
버들마편초는 다음 주 화요일에 꽃대를 잘라
 10월에 열리는 축제에 대비한다고 합니다

꽃단지에 들어서자
버들마편초는
제 빛을 다 못 찾고 있네요
이마저도 다음 주 화요일
10월 축제에 맞추기 위해
꽃대를 자른다고 합니다

꽃밭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꽃송이를 툭툭 건드리는 나비처럼
나도 보랏빛 꽃길을 누벼봅니다
나비가 사뿐히 꽃송이에 앉는
찰나의 순간을 담아봅니다 

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은빛 바람의 물결이 인다
키가 훌쩍 자란 팜파스그라스는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아 
저마다의 깃털 펜으로 시를 쓰고
그 푸른 잎사귀는 땅에 발 딛고
하늘을 향해 꿈을 꾸듯 서 있네

꽃단지 정자쉼터 주변의
빗물을 머금은 배롱나무와
가녀린 꽃대에
나비 모양의 꽃을 달고 있는

나비 바늘꽃을 담아본다

꽃단지 해바라기꽃밭에 들어섭니다
수많은 해바라기가 피워내는
찬란한 생명의 노래는
보는 이의 가슴마저 뜨겁게 달궈놓는군요
비록 절정을 조금 지났다 해도
그들이 품은 열정과 추억은
여전히 눈부십니다
꽃길을 따라 이어지는 
보랏빛 숙근사루비아의 속삭임
마치 대지가 긴 한숨을 내쉬며
피워낸 평온의 빛깔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하게 일렁이는 보랏빛 물결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어지러운 생각들을 향기롭게 씻어내립니다
꽃길에는 뒤늦게 찾은
탐방객들이
풍경 담기에 분주합니다

대관식이 끝난 빅토리아 수련

빅토리아수련은
첫날에는 흰색으로 꽃이 피고
둘째 날에는 분홍색
셋째 날 밤에는
꽃잎이 왕관처럼 피었다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남아메리카 원산의 수련과
빅토리아속(
Victoria) 식물로
잎과 줄기에 가시가 있어
큰가시연꽃이라고도 하며
빅토리아속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의 푸르름이 짙게 가라앉은
연꽃정원에 들어섭니다
밤사이 화려하게 피어올라
밤의 여왕이라 불리는
빅토리아 수련의 대관식을 기대하며
걸음을 가다듬었지만
아쉽게도 꽃은 이미 긴 미련을 뒤로한
 
조용히 사그라들어 있었습니다.
비록 그 순간을
직접 눈에 담지는 못했으나,
커다란 쟁반 모양의 잎 위에서 피어나던
왕관 모습의 아름다움을 떠올려봅니다.
혹시 빅토리아 수련의 모습을
생소해하실 분들을 위해
예전에 차분히 담아둔
사진 3장을
살그머니 함께 나누어 봅니다
아쉬움도 잠시
연못가를 채운 수련과
고고하게 고개를 든 홍련들이
나란히 반겨줍니다.
수면 위로 잔잔하게 퍼지는
붉은 빛깔과 푸른 연잎들의 조화가
마음을 포근하게 다독여 주는 듯합니다.
화려한 순간은 지났을지라도
연못이 품고 있는 계절의 결은
여전히 기품 있고 아름답습니다.
연잎 사이로 길게 연결된
징검다리를 하나씩 조심스레 건너며
오늘 상림공원에서의 탐방을
차분히 마무리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정갈한 풍경 속에서
가슴 가득 작은 휴식과
여운을 담아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