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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영천 꽃마실, 임고서원에서 만난 붉은 여운

영천 꽃마실, 임고서원에서 만난 붉은 여운

영천생태지구공원의
여름을 뒤로하고
 숨가쁘게 다다른 임고서원. 
서원에 들어서자
천년의 정적이 뜰 안에 흐르고
그 고요 위에 
진분홍 꽃들이 조용히 피어있다
 뜨거운 불볕을 삼켜
제 몸을 더 붉게 태우는 꽃.
아, 가신 님의
일편단심(一片丹心) 기개(氣槪)를 닮아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어라.
묵묵히 번지는 근엄한 향기,
송이송이 피어난 청초한 기풍이
시린 가슴속으로
툭, 툭, 가랑비처럼 스며든다.
그윽한 묵향(墨香)만 채워진 정적 속 
산천(山川)만 의구(依舊)히 푸르건만, 
인걸(人傑)은 간 곳 없어,
지는 꽃잎을 바라보는 마음엔,
그저 쓸쓸함만 흩어진다.
2026. 8. 11.
영천 임고서원에서....

이곳은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인
고려 말기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은행나무와 배롱나무 명소로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곳이다

서원 입구에서 바라본
동방이학지조 비석과 정자 쪽 풍광
동방이학지조 비석은
포은 선생이 고려와 조선에
성리학을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여
동방이학의 조종으로
존경받는 학자임을 기리는
송덕비라고 한다

서원 주변의 배롱나무를 당겨본다
배롱나무는 절정기를 지났지만
백일동안 피는 꽃이라
다시 필 때 오면 멋질 것 같다

서원 앞의 선죽교 쪽을 당겨봄
원래 선죽교는
북한 개성에 있습니다
영천 임고서원에 있는 선죽교는
포은 정몽주 선생의
단심가(丹心歌) 정신을 후세에 전하고,
성지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성에 있는 실제 선죽교의 형태와 크기를
그대로 본떠 2012년
실물 크기(약 1/1 비율)로 정교하게
복원·재현한 것입니다
개성 선죽교는
1392년 고려가 기울어가던 시기
정몽주 선생이
이방원(훗날 태종)의 철퇴를 맞고 순절한
비극적이고도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뜰에서도 서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기와지붕과 처마 끝의 곡선은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배롱나무 꽃 그늘 아래
흐르는 세월을 느끼며
깊은 명상에 잠겨 봅니다

서원 앞마당에 자리한
은행나무는 수령 500년이 된다고 하며
이 은행나무는 임고서원의
처음 위치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임진왜란 때
임고서원이 불타
소실되었을 때에도
화마 속에서 살아남아
서원이 지금의 위치에 재건되면서
함께 이전되었다고 한다
은행나무 명소이기도 하다

 

서원의 중심 건물인
영광루(永光樓) 쪽을 담아본다
서원 입구 비석에
한국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시조인
두 왕조를 섬기지 않는다는
포은선생의 충절을 표현한
단심가(丹心歌)
선생의 어머니가 지은
백로가(白鷺歌)가 새겨져 있었다.

(단심가의 내용)
此身死了死了(차신사료사료)百番更死了(일백번갱사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白骨爲塵土 (백골위진토) 魂魄有也無 (혼백유야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向主一片丹心(향주일편단심) 寧有改理與之(영유개리여지)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시조는
고려왕조가 멸망할 무렵
조선조 태종이 된 이방원이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서로 얽혀
백 년까지 누리자고 하자
이 말을 들은 정몽주 선생은
일백 번 고쳐 죽더라도
뜻이 변하지 않으리라고 답한 시조이다

 

영광루 앞에서
담장너머 배롱나무와
뜰앞의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맞은편 언덕의 정자 쪽을 담아봄
오늘 뭉게구름이 한몫한다

서원 곳곳에는 옛 선비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대성전(大成殿)과 명륜당(明倫堂)을 둘러보며
당시 유학을 공부하던
유생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낡은 현판과 빛바랜 단청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동시에 변치 않는
선비 정신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담장 너머로 피어난 배롱나무 꽃들은
서원의 고요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하늘은 쪽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깊고 푸르고,

솜사탕처럼 폭신한 구름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풍경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서원 뜰 곳곳에는
핑크빛 배롱나무 꽃들이 활짝 피어나
서원의 고요함 속에
화사한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들은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속삭입니다
서원 한쪽에 우뚝 솟은 누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있어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멀리 보이는 푸른 산자락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답습니다
이곳에 서면,
잠시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깊은 명상에 잠기게 됩니다
옛 선비들의 지혜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임고서원에서
삶의 여유와 안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