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정원의 숨겨진 여름, 보랏빛 버들마편초와 백일홍
서현사지에 남겨둔
붉은 넋을 뒤로하고
발길은 이미
구절초 정원으로 달려갑니다.
가을이면 하얀 눈꽃으로
가득할 언덕,
여름꽃 만개 소식에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마음이 먼저 내딛습니다.
정원에 들어서자
적막이 고인 언덕 위,
보랏빛 버들마편초와
무지갯빛 백일홍이
뜨겁고도 은밀한
향기를 피워 올립니다.
낮이 길어 다행인 이 소중한 시간.
지우기 아까운 햇살을 꼭 쥐고서
이 찰나의 순간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뜨겁게 타오르다 스러질
여름날의 한 조각,
이 계절의 가장 아찔한 정점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아련한 빛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26. 7. 29.
정읍구절초지방정원에서...





정원의 들머리에 들어서자
인적마저 끊겨
깊은 침묵만이 흐릅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완만한 언덕을 가득 메운 것은
보랏빛 버들마편초의 물결
바람에 너울거리는
그 신비로운 보랏빛은
마치 대지가 피워올린
아련한 꿈결 같기도 하고
혹은 우주를 담아낸
은하수 같기도 합니다


























무지갯빛 백일홍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허드레지게 피어 있습니다
붉고, 노랗고, 분홍빛으로 물든
백일홍의 물결은
버들마편초의 보랏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거대한 추상화를 그려냅니다
이토록 화려하고
뜨거운 빛깔의 향연이라니!
그것은 마치 여름의 열정을
고스란히 품어 안은 채
가장 은밀하고도
깊은 향기를 뿜어내는
생명의 절규와도 같습니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조금만 더 붙잡고 싶을 만큼
이 순간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가슴 속에
새겨두고 싶을 만큼 강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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