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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정읍 서현사지의 붉은 넋, 배롱나무꽃으로 피어나다

정읍 서현사지의 붉은 넋, 배롱나무꽃으로 피어나다

이글거리는 폭염을 뚫고
마주한 태인 땅의 오래된 사당.
기와담장 위로 터져 나온
붉은 안타까움,
순절한 님의 붉은 넋인가,
단청과 어우러진 배롱나무 꽃물결에
숨마저 아득해진다.
마치 화가의 붓끝처럼 피어난
껴안고 싶도록 환상적인 풍경
더위조차 까맣게 잊은 채
프레임에 담는 눈부신 정적,
오후 늦은 시간에 찾았지만

여름이 길어 고마운 한낮
뜨겁게 안아본
폭염 속 오아시스였다
2026. 7. 29.
정읍 서현사지에서....

서현사지는
임진왜란 때 순절한
박문효를 기리기 위해

1819년에 세운 사당으로
해마다 여름이면
아름드리 배롱나무가 꽃을 피워
사진작가와 수많은 탐방객들이
즐겨찾는 배롱나무 명소이다
~입장료 없음. 주차 무료. 반려견 동반 가능~
(정읍시 태인면 태서리 906-1)

오후 늦은 시간
진주에서 함양, 전주를 경유
정읍 태인으로 들어서면서
차 안에서 담아본 풍광
하늘은  영락없는 가을 풍광이지만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도로까지 펄펄 끓습니다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한마음으로 나라를 지키다
순절한 박효문 선생을 기리는
이 성스러운 땅은
수백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오래된 사당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뙤약볕의 미로 끝에
불현듯 나타난 붉은 비명
뜨거운 대지가 토해낸 숨결이련가
아니면 그날의 핏빛 절개련가
천지를 뒤덮은
배롱나무꽃무더기 아래
사당의 단청은 더욱 서슬 퍼렇고
기와담장은
옛이야기를 품은 채 침묵한다

먼 길을 달려 도착한 사현사지는
숨 막히는 더위조차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인 절경이었습니다
'장관'이라는 소문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사당의 굽이치는 처마 곡선과
은은한 단청의 색감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기와담장에
터질 듯 피어난
배롱나무꽃의 붉디붉은 물결은
현실 세계의 것이 아닌 듯했습니다
탄성은 저절로 터져 나왔고
연신 셔터를 누르며
나만의 프레임에 담아내는 순간순간
내 안의 열정도
배롱나무꽃처럼 붉게 타올랐습니다

서현사지를 떠나며...
서현사지의 배롱나무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박효문 선생의 고결한 희생정신과
충절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서현사지에서 마주한 이 붉은 풍경은
우리 모두에게 역사를 기억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전해주는
소중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