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롱나무 꽃 피거든, 그대 온 줄 알리라
뜰 안의 배롱나무,
하나 둘 진분홍 꽃등을 켜며
소리도 없이 피어난다.
숨이 막히는
뜨거운 뙤약볕을 삼키며
제 살을 찢듯,
더 붉고 선연하게 그리움을 피워낸다.
모진 세월의 풍파가 몰아쳐도
너와 나누었던 우정처럼
마음 하나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고결한 향기를 풍겨내는 저 몸짓.
송이송이 맺힌 청초한 기풍은
너의 눈망울 같아,
홀로 남은 외로운 가슴을
조용히 두드린다.
오직 그리움 하나로
백일이라는
긴긴 시간 동안 피고 지며
이 자리를 지키건만,
먼 길 떠나 돌아오지 못하는
내 소중한 벗아.
강산은 변함없고
꽃은 다시 붉은 주름치마를 펼치는데,
왜 너는 한 줌 바람이 되어
대답이 없는가.
우두커니 서서
저 붉은 꽃잎을 바라보는,
나의 가슴은 그저 쓸쓸하고
외로운 눈물만 흐를 뿐이구나.
2026. 7. 13.
떠난 벗을 그리며
붉은 주름치마 앞에서...山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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