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넋두리

수국의 미소 / 山生

수국의 미소

긴 가뭄의 끝,
반가운 비가 쏟아집니다.
그간 얼마나 뜨겁게 타올랐던가요.
먼지 풀풀 날리던 언덕길과
돌아봐 줄 이 없어
쓸쓸히 저물던 도심의 모퉁이.
타들어 가던 대지가
마침내 생명수를 삼키는 소리,
사방으로 잔잔하게 울려 퍼집니다.

톡, 톡,
가만히 내려앉는 빗방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울컥, 목이 메어오는 것은
지나온 세월의 갈증이
이 빗줄기에 한꺼번에
녹아내리기 때문이겠지요.

이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눈뜨면
벌들은 부지런히 날개를 흔들고
잠 깨어난 오솔길엔
못다 한 속삭임이 넘쳐나겠지요.
그 길을 따라
내 가슴 속 묵혀둔 오솔길에도
못다 한 이야기들이
초록빛으로 싱그럽게 피어나겠지요.

보셔요,
그 모진 볕을 고스란히 견뎌낸
저 막 피어난 수국을.
빗방울 하나 가만히 품어 안고는
마치 내 눈물겨운 청춘의 날들처럼,
눈부시게 활짝 웃고 있습니다.

2026. 6. 19.
비내리는 초저녁에...
山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