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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남해 파라다랑스 수국에 빠지다

남해 파라다랑스 수국에 빠지다

용문사 그늘 아래 
청초하던 수국의 고백과 
돌담장 낮게 흐르던 
진홍빛 능소화의 긴 여운이
채 식기도 전에, 
우리는 또다시 
여름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갔다.
황금빛 유채와 코스모스가
머물다 간 자리, 
바다를 향해 계단식 밀어를 건네는 
두모마을 다랭이논. 
하늘은 이내 비를 쏟을 듯
무겁게 내려앉았으나 
남해를 품은 금산의 품속에서
대지는 저마다의 
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아, 언제 이토록 다정한 
수국의 바다가 생겨났을까. 
굽이치는 다랭이논 자락마다
알록달록 피어난 수국송이들이 
비구름 번지는 길목에서 
환한 등불을 켠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는 
보랏빛 버들마편초와 
베이지색 실새풀이 어깨를 맞대고, 
초록의 숲과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신이 그려놓은 수채화 속으로
고요히 걸어 들어간다.
꽃길을 돌고 돌아 설레는 걸음마다 
눈부신 여름꽃들이 
가슴 깊은 곳까지 촉촉이 적셔오니, 
흐린 날의 풍경마저 기쁨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두모마을의 다랭이논 위에서 
가장 찬란한 여름의 빛깔을 
조심스레 더듬고 있었다.
2026. 7. 2.
남해 파라다랑스에서...

이곳은 예전부터
 다랭이논 유채꽃밭 명소로
몇년 전부터 주차장 등 기반 시설과
정원을 새롭게 조성하고
웰컴 투 파라다랑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었다
파라다랑스는,
파라다이스와 다랭이논의 합성어로
남해의 전통 다랭이 논의
지형을 살린 감성정원이다
~입장료 없음. 주차 무료. 반려견 동반 가능~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 113-1)

파라다랑스 전망대 쪽의
옆지기를 당겨 담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낮게 가라앉은
 잿빛 구름이
금산의 걸출한 암봉을 휘감고
하늘 아래 초록빛 다랭이 논이
그림처럼 쳘쳐진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밭으로....

가을에는 황금빛 황화코스모스 꽃밭으로
수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멀리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문득 보랏빛 설렘이 번졌습니다
참지 못하고 달려간 그곳
수줍게 낯을 가리던 수국들이
이제는 어엿한 정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알록달록 피어난 꽃송이들은
오랜 친구처럼 환한 얼굴로
우리를 반기고,
그 고운 빛깔에 매료된 아내는
어느새 수국 속에
퐁당 빠져버렸습니다
꽃보다 더 화사하게 웃는 당신이 있어
다랭이 논의 여름날이
이토록 눈부십니다

위엄 있는 금산의
기암괴석을 병풍 삼고
조상들의 땀이 스민 다랭이 논의
층층이 깎아지른 자락을 따라
알록달록 피어난 수국들
마치 보석을 깔아놓은듯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두모마을의 다랭이 논은
알록달록한 수국으로 가득 찬
커다란 바다 같았습니다
층층이 흐르는 꽃결을 따라
연분홍, 보랏빛 수국들이 일렁이며
아내의 발길을 다정하게 붙잡아
그 속의 아내 모습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다랭이 논에 핀 수국은
단순한 꽃이 아니었습니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이 꽃밭을 몇 년만 잘 가꾸면
수국명소로 손색없을 것 같네요

다랭이 논자락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의 황토빛 길
 그 길의 가장자리를 따라
보랏빛 수국이
다정하게 호위를 서줍니다
바쁠 것 하나 없는 여름날의 오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느릿느릿 걸어봅니다
굽이치는 길을 돌 때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향기가
마음의 빈틈을 채워줍니다

초록빛 산자락 아래
서두르지 않고 흘러가는
이 길 위에서
우리의 걸음도
꽃이 피어나는 시간도
모두 다정하고 평화로운
리듬이 됩니다

고즈넉하고 드넓은 풍경 속
소담스러운 수국송이들과
발걸음을 맞추며 걸어갑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수국이나
날씨 탓으로 덜 핀 꽃이 많습니다

하얀 수국의 순결함과
보랏빛 버들마편초의 아련함이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은
비밀스러운 정원
그 품에 안긴
베이지색 실새풀 쉼터 곳곳에
흔적을 남겨 봅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실새풀은
부드러운 금빛 파도로 일렁이고
세상의 거친 소음은
세상의 거친 소음을 따스하게 부수던 곳 
마음의 모서리마저
둥글게 깎아주던
참 평온하고 거대한 캔버스
이제 그 파라다랑스의 품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