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소풍길 / 山生 김 종명
길은...
보이는 길도 있지만,
보이지 않은 인생 길도 있고,
온갖 길이 존재한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며,
구부러진 길과 지름길도 있고,
험한 길도 있고 편한 길도 있다.
살면서 어떤 길을 가는지는,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지나온 세월의 길은 그냥 잊는다.
쓸데없는 상념이기 때문이다.
몸이 성해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꿈같은 나의 소풍 길...
가을빛이 사그라지자,
발품 따라 지나간 추억을 그적 그려 본다.
길섶의 잡초마저 겨우내 목말랐던,
생명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이내 활짝 웃는다.
그 순수의 미소 따라,
허겁지겁 선잠을 깨며 쫒아간 길...
숲마다 능선마다,
연한 연잎과 선홍빛 요정들의 자태에,
마냥 소년처럼 얼굴을 붉혔다.
가슴까지 태우면서...
유난히도 길었던 바이러스의 여름이 지나고,
참 좋은 가을...
발이 열개라도 모자랐을 단풍 숲,
맛난 소풍길이었지만,
역마살도 소용없었던 짧은 가을...
떠나는 가을빛 따라,
나무도 울고,
새도 울고,
나도 운다.
가을빛이 점점 사그라진다.
맛난 소풍길도 아스라히 멀어진다.
좁은 소풍길 그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떠 오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까치밥을 남겨둔,
감나무의 마지막 잎이,
된 바람에 장독대 위로 떨어진다.
된장을 푸던 아낙네의 외마디,
오매! 단풍잎 떨어진다!
발품으로 걸어온 소풍길,
불타오르는 정열을 잠시 잠재우고,
하얀 세상을 숨죽이며 기다려 본다.
2020.11.17. 오후 山生 김 종명
흐르는 곡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 Nina Si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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