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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하고 사흘째 새벽부터 후드득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놀라 선잠을 깬다. 내가 일어나면 꼬리를 흔들며 호갑을 떨던, 우리집 강아지가 오늘따라 축 늘어져 있다. 비가 온다고 날구질을 하는가 보다. 생전에 어머님이 뼈마디가 쑤신다고 하면, 그 말씀이 끝나기 전에, 어김없이 비가 내렸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젊은가 보다. 아니면 고생을 덜 한 탓인가... 암턴, 오늘은 김장 담는 날이다. 그저 부딪히는 현실에 안주하며, 바깥을 돌며 몰랐던 집안일. 오직 여자들의 일이라 여겼던 일을, 백수가 된 후부터 손을 대었다, 물론 옆지기의 알뜰한(?) 조련에 따라, 씻고, 치대고, 버무리고 등등... 그러다 이제는 어설픈 반무당이 되었다. 어쨌거나 겨우내 먹을 김장은 끝내고, 생김치에 막걸리 한잔으로, 나 스스로의 열정을 찾아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감성과 열정은, 젊으나 늙으나 똑같다. 단지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감성과 열정이 식으면 스스로 늙어간다. 시들지 않은 열정과 감성이 있기에, 비가 오기나 말기나, 나는 또 새로운 하루를 보내는가 싶다. 절인 배추를 김장하면서, 이 세상 어머님들의 갖은 아픔과, 내가 또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가슴에 깊이 되새겨본다. 배경 음악
여자의 일생 / 이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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