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悔恨)의 설거지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발가락을 다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설거지와 청소 등 소소한 집안일에,
두 손을 거 둬 붙이고 용감무쌍하게 나섰다.
하지만 실수 연발...
우선 서투른 설거지로,
접시 몇 개가 중상을 입어 폐기 처분되었고,
음식물과 쓰레기 분리 처리에,
갈팡질팡 그야말로 가사(家事)엔 빵점이었다.
왜냐면,
살아오면서 아내의 살림살이를,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몰랐고,
그저 생활비를 벌어준다는 독선(獨善)때문에,
아내의 고달픈 살림살이를,도외시(度外視)하였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여자의 살림살이...
눈뜨고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밥하고, 설거지, 청소 등등...
한 가지가 끝나면 또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그야말로 고달픈 살림살이였다.
노년기(老年期)에 설거지를 해보면서,
뒤늦게 체험하고 깨달은 집안일이다.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는,
막연한 나의 자존심 탓에,
아내가 더 늙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저 가슴이 미어지고 아프다.
그리고,노년기(老年期)기에 와서야,
살림살이를 이렇게 논하는 자체가,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접시 몇 개만 닦았어도 알 수 있었을 것을...
부부간의 사랑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바로 부부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투자하는 것은,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장사이기도 하다.
비록 늦었지만,
나는 남은 밑천으로 밑지지 않는,
장사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살아온 나...
이제는 힘이 부칠 때까지,
모든 행복의 종잣돈을 아내에게 투자하련다.
고단한 아내의 살림살이를 위해...
2019년 정월 마지막 주말아주 늦게 철이 드는 노인네가 그적 그려보았다!
배경 음악
Endless Love / Diana Ross & Lionel Ric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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