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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겨울밤의 밀회 / 山生 김 종명 겨울밤의 밀회 저녁노을이 다 타버린, 도시 뒤 안길, 인적이 끊어진 길에, 차가운 어둠만 흐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 심장은 쿵쿵, 커다란 숨을 쉬며, 어둠에 심장을 포개자, 잠시 죽은척한 어둠은, 내 품 안에 금방 안겨 온다. 어둠 속 익숙한 포옹,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정, 새벽이 올 때까지, 어둠과 함께한, 내 심장의 고동 소리를, 행여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2023. 12. 12. 심야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 종명 가을 애상(哀傷) 비가 내린다. 느닷없이 가을비가, 세찬 바람을 등에 업고, 찬비를 뿌려댄다. 억센 바람에, 기댈 힘조차 없는 낙엽들이, 차가운 땅바닥에 나뒹군다. 잎사귀 없는 휑한 나뭇가지, 갑자기 가슴이 아려오면서, 까닭 없이 울컥해진다. 반짝 되살아 났던 감성도, 빗물에 씻겨지고, 뜨겁던 내 심장도 금세 식어간다. 애간장을 태우는 나를 비웃 듯 유리창에는 차가운 빗방울만, 눈치 없이 흘러내린다, 우짜노! 단풍잎이 다 떨어지면... 2023.11.6. 비 내리는 새벽에... 山生 김 종명 출처: https://akekanfl.tistory.com/8671302 [산생(山生):티스토리] 더보기
맑은 영혼(靈魂)의 눈빛 / 山生 김 종명 맑은 영혼(靈魂)의 눈빛 살아가면서 수 없이 스치는 인연들,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좁은 길이나 넓은 길이나, 삶의 여정에 따라, 언제든 어디 곳에서나 스쳐 지난다. 그러다가 딱 마주치는, 맑은 눈빛 하나, 금방 감성이 살아나고, 사그라진 열정이 용솟음친다. 얼굴을 마주하면서, 눈빛을 보는 것은 맑은 영혼이 없으면, 그냥 스쳐 지나는 인연일 뿐이다. 맑은 영혼의 눈빛은, 심장에 닿을 때, 잠시 멎는 은밀한 매력이 있다. 검은 눈동자 사이로 내뿜는, 고혹적인 맑은 눈빛은, 영혼(靈魂)의 기운이다. 얼굴을 맞대면, 눈 안으로 시선을 둔다. 그러다 맑은 눈빛이 닿을 때마다, 몇 년씩이나 젊어진다. 그냥 스쳐 지날 수도 있었는데, 맑은 영혼의 눈빛으로, 걸음을 멈추어 준 인연들이, 세상을 맛깔나게 한다. 맑.. 더보기
기인우천(杞人忧天) / 山生 김종명 기인우천(杞人忧天) 저녁 어스름이 드리우며, 암울한 하늘, 주접떨던 새들도 기척이 없고, 큰길을 오고 가는, 차량 엔진 소리만, 초저녁의 적막을 깨뜨린다. 창밖에 바람이 인다. 비가 오려나? 사방에서 가을꽃들이, 저마다 앞다투어 웃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가녀리고 나약한 꽃들을... 내 심장까지 향한, 가을꽃의 청순한 눈길을, 한시도 잊을 수 없어, 애꿎은 커피 잔을 이리저리 돌린다. 새삼스레 긴 밤이 무서워진다. 2022.10.3. 초저녁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황량한 산정(山頂) / 山生 김 종명 황량한 산정(山頂) 마지막 가을빛을 쫓아, 산정(山頂)으로 갔더니, 좁은 산길에는, 숨이 끊어진 낙엽만 널브러져 있고, 새소리마저 침묵한 숲에는, 바람이 불적마다, 빈 가지들만 잉잉대고 있다. 내 심장을 포갠, 저문 가을 하늘 끝에는, 내 그리움 하나가 걸려있는 채, 새떼들만 나르고 있고. 황량(荒凉)한 산정에는, 겨울 찬바람만 휘몰아친다. 2021.11.26. 고성 적석산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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