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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수양벚꽃길에서 / 山生 김 종명 수양벚꽃길에서... 봄의 언저리에, 막연한 그리움으로 만난 수양벚꽃, 내게는 사랑스러운 연인 같은 꽃이다. 봄햇살이 들어올 틈이 없이, 탐스럽게 핀 수양벚꽃길, 바람이 불면, 맥없이 떨어지는 꽃잎, 더 한 바람이 불면, 꽃잎은 꽃비가 되어 흩날린다. 바람이 불적마다, 날씬한 허리를 흔들어대자, 나의 맥박도 덩달아 뛰고,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마치 그리운 연인을 만난 것처럼... 내 어깨를 두드리는 봄바람, 짧은 봄의 만남은, 찰나의 기쁨을 안기고, 하나씩 사그라진다. 꽃길 모퉁이를 돌아서며, 눈썹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아픈 마음이 연분홍으로 물든다. 사그라지는 꽃잎을 그냥 보고만 마는 마음뿐, 꽃비가 내린 그 길을 나 홀로 걸어가네. 2023.4.10. 거창 수양벚꽃길에서... 山生 김.. 더보기
애춘(愛春) / 山生 김 종명 애춘(愛春) 열어젖힌 창문으로 , 간들바람이 살포시 스쳐간다. 늘 설렘으로 기다린 봄, 궁벵이처럼 다가오는 봄이지만, 겨우내 잠들어 있던, 연둣빛 새순이 서서히 잠을 깨고, 사방에서 꽃망울을 툭툭 터트린다. 슬그머니 불어온 봄바람은, 내 눈꺼풀에 앉고, 한 겹 한 겹 애태우며 피어난 꽃잎은, 내 가슴을 옥도정기(沃度丁幾)로 칠한다. 이제 여린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두근 그리고, 잘게 부서져 바람에 실려오는, 봄꽃의 그윽한 향기에도, 내 숨결이 가빠진다. 행여 내가 봄바람이 난 것일까? 2023.3.6. 진주매화 숲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안개비가 내리는 날 / 山生 김 종명 안개비가 내리는 날. 모든 것이 깨어 굼틀댄다.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절기상 우수(雨水)를 하루 앞둔 날, 이른 새벽부터 안개비가 내린다. 겨울의 기억을 녹일 듯이, 안개비가 내린다. 뿌옇게 흩날리는 안개비, 그 속에, 뽀얀 얼굴이 보인다. 그것은 내 기억 속의 홍매(紅梅)였다.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홍매(紅梅)는, 영겁(永劫)을 해탈(解脫)한 모습처럼, 무척이나 아름답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안개비, 차가운 물방울로 번지며, 나뭇가지를 타고 다니면서, 풋내 나는 꽃잎을 희롱한다. 봄은 아직 아니야 라며... 겨울 눈이 녹아 비가 되었나? 태양이 뿌연 안개 뒤로 숨어들어도, 나는 봄을 떠올리고 있다. 나의 봄은 좀 더 화사하고, 좀 더 따사로워, 완벽하고 농익은 봄날이 기다려진다. 성급하게 핀, 홍.. 더보기
봄의 조화(調和) / 山生 김 종명 봄의 조화(調和) 연둣빛 물결이 봄바람에 실려, 산기슭마다 춤추고, 산 허리를 감고 흐르는 산수(山水)는 골짜기의 정적을 깨뜨린다. 연둣빛으로 번지는 산야(山野), 한 조각의 구름마저 잠시 머무르며, 봄의 조화에 넋을 잃는다. 가슴이 작아 다 품지 못하는 탄성, 그러다가 가슴 깊숙이 감추어 놓았던, 묵은 감성을 끄집어 낸다. 사람들은 꽃길을 돌고 돌아, 가슴마다 깊고 진한 애정을 묻고, 잎새마다, 꽃잎마다, 애정을 듬뿍 새겨두고 떠나겠지, 꽃잎 사이로 신비한 향기가 퍼지자, 까불대던 나비 한 마리가 봄꽃을 더듬고, 스쳐 지나는 바람은, 모르는 척 슬쩍 고개를 숙인다. 2022.4.11. 창녕 유채꽃밭에서...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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