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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가 내리는 날.
모든 것이 깨어 굼틀댄다.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절기상 우수(雨水)를 하루 앞둔 날,
이른 새벽부터 안개비가 내린다.
겨울의 기억을 녹일 듯이,
안개비가 내린다.
뿌옇게 흩날리는 안개비,
그 속에,
뽀얀 얼굴이 보인다.
그것은 내 기억 속의 홍매(紅梅)였다.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홍매(紅梅)는,
영겁(永劫)을 해탈(解脫)한 모습처럼,
무척이나 아름답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안개비,
차가운 물방울로 번지며,
나뭇가지를 타고 다니면서,
풋내 나는 꽃잎을 희롱한다.
봄은 아직 아니야 라며...
겨울 눈이 녹아 비가 되었나?
태양이 뿌연 안개 뒤로 숨어들어도,
나는 봄을 떠올리고 있다.
나의 봄은 좀 더 화사하고,
좀 더 따사로워,
완벽하고 농익은 봄날이 기다려진다.
성급하게 핀,
홍매의 꽃잎에 맺힌,
마지막 빗방울이 마르고,
따사로운 봄바람이 불면,
나는 봄을 가슴으로 맞이해야 한다.
진정코 봄을 사랑하기에...
2023.2.18. 안개비가 내리는 아침에...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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