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꽃

봄비 유감(遺憾) / 山生 김 종명 봄비 유감(遺憾) 봄비가 내린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이번 봄비는, 잿빛 하늘을 닮아, 험상궂게 내린다. 사납게 으르렁 거리며, 울부짖는다. 이 부드러운 봄날에, 세찬 봄비는, 매화나무를 마구 흔들어, 매화꽃을 낙화시키고, 연인들의 뜨거운 숨결마저, 순식간에 차갑게 식힌다. 그제부터 불고 있는, 이른 봄날의 훈풍(薰風)에, 꽃망울을 전부 터트린 봄꽃은, 빈가지 사이로, 무참하게 쏟아지는 봄비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린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꽃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변덕을 부린 것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바람이여! 제발 꽃잎은 건드리지 말아 다오. 세찬 봄비는, 모르는 척 창문을 흔들어 댄다. 2023.3.12. 봄비 내리는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애춘(愛春) / 山生 김 종명 애춘(愛春) 열어젖힌 창문으로 , 간들바람이 살포시 스쳐간다. 늘 설렘으로 기다린 봄, 궁벵이처럼 다가오는 봄이지만, 겨우내 잠들어 있던, 연둣빛 새순이 서서히 잠을 깨고, 사방에서 꽃망울을 툭툭 터트린다. 슬그머니 불어온 봄바람은, 내 눈꺼풀에 앉고, 한 겹 한 겹 애태우며 피어난 꽃잎은, 내 가슴을 옥도정기(沃度丁幾)로 칠한다. 이제 여린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두근 그리고, 잘게 부서져 바람에 실려오는, 봄꽃의 그윽한 향기에도, 내 숨결이 가빠진다. 행여 내가 봄바람이 난 것일까? 2023.3.6. 진주매화 숲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소소한 사계(四季)의 삶 / 山生 소소한 사계(四季)의 삶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올해의 사계(四季)도, 그 끝이 목전(目前)이다. 지난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사계의 길, 산과 바다, 넓은 길에서 좁은 산길까지, 소리 없이 변하는 사계를 걷고 또 걸었다. 누가 기다리는 것처럼, 그러다가, 단풍잎이 맥없이 흩날리면, 세상의 모든 것을 떨게 하는, 겨울바람을 맞는다. 문밖 세상은, 차디찬 겨울바람이 짓누르지만, 나는 기억한다. 사계의 길에서 만난 인연들을... 계절은 잊더라도, 고운 인연들은 잊지 않으리라. 2022.12.2. 오전에...山生 김 종명 봄. 가을의 추억 봄(春) 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운 인고(忍苦)를, 한순간에 터트리듯 춘삼월 모진 한파를 견뎌 낸 야생화들이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다 봄꽃이 처음 필 때.. 더보기
여름 바람 / 山生 김종명 여름 바람 산야(山野)는 초록빛, 하늘과 땅 사이에는 여름 바람, 봄꽃은 뜨거운 햇살을 버티며, 그리운 사랑을 기다리지만, 저녁이 다 되어도, 해는 아직 언덕에 걸려있네, 그리운 사랑은 오지 않았는데, 봄꽃은 벌써 꽃씨가 되어, 여름 바람에, 가늘고 여린 허리를 흔들며 서 있다. 쓸쓸한 아름다움, 까불대는 나비 한 마리도 조차 없고, 꽃대 옆에는, 키 큰 잡초만 줄지어 서있다. 황량한 언덕 위, 아픈 마음이 초록으로 물든다. 사라져 가는 봄날의 풍경, 그 길을 걸어온 내 발자국을, 뜨거운 여름 바람이 지워버린다. 2022.6.2. 늦은 봄날 오후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봄의 조화(調和) / 山生 김 종명 봄의 조화(調和) 연둣빛 물결이 봄바람에 실려, 산기슭마다 춤추고, 산 허리를 감고 흐르는 산수(山水)는 골짜기의 정적을 깨뜨린다. 연둣빛으로 번지는 산야(山野), 한 조각의 구름마저 잠시 머무르며, 봄의 조화에 넋을 잃는다. 가슴이 작아 다 품지 못하는 탄성, 그러다가 가슴 깊숙이 감추어 놓았던, 묵은 감성을 끄집어 낸다. 사람들은 꽃길을 돌고 돌아, 가슴마다 깊고 진한 애정을 묻고, 잎새마다, 꽃잎마다, 애정을 듬뿍 새겨두고 떠나겠지, 꽃잎 사이로 신비한 향기가 퍼지자, 까불대던 나비 한 마리가 봄꽃을 더듬고, 스쳐 지나는 바람은, 모르는 척 슬쩍 고개를 숙인다. 2022.4.11. 창녕 유채꽃밭에서...山生 김 종명 더보기
내 안의 봄/ 山生 김 종명 내 안의 봄 / 山生 김 종명 밤 사이 내린 이슬은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산새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춘삼월(春三月)의 햇살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여린 춘풍(春風)은 내 콧등과 볼을 비비고, 겨우내 움츠렸던 육신(肉身)의 감정을 깨운다. 밤을 딛고 일어서는 새벽같이, 봄이 내 앞에 서있다. 내 안에 느껴지는 봄은, 그리운 사랑을 만난 것 같다. 봄꽃들도,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운 인고(忍苦)를, 한순 간에 터트리듯, 골짜기마다, 숲마다, 언덕마다, 길섶에 까지, 사방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묵은 기지개를 켠다. 얼마나 기다린 시간인가? 얼마나 그리워하였던가? 싱그러운 춘삼월의 향기로, 겨우내 목말랐던 목을 축인다. 평생을 함께 할 봄인 냥, 꿀보다 달콤한 봄을 벌컥벌컥 마셔댄다. 한 번 먹고 말 것처..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