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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넋두리

소소한 사계(四季)의 삶 / 山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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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사계(四季)의 삶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올해의 사계(四季)도,
그 끝이 목전(目前)이다.
지난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사계의 길,
산과 바다,
넓은 길에서 좁은 산길까지,
소리 없이 변하는 사계를 걷고 또 걸었다.
누가 기다리는 것처럼,
그러다가,
단풍잎이 맥없이 흩날리면,
세상의 모든 것을 떨게 하는,
겨울바람을 맞는다.
문밖 세상은,
차디찬 겨울바람이 짓누르지만,
나는 기억한다.
사계의 길에서 만난 인연들을...
계절은 잊더라도,
고운 인연들은 잊지 않으리라.
2022.12.2. 오전에...山生 김 종명


봄. 가을의 추억

봄(春)

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운 인고(忍苦)를,

한순간에  터트리듯
춘삼월 모진 한파를 견뎌 낸
야생화들이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다

봄꽃이 처음 필 때 첫눈처럼 기쁘하며
겨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둥지를 틀고 낳은 새끼들이
금세 날갯짓을 해댄다

 봄꽃이 피는 세상
겨우내 기운을 잃었지만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에
새로운 기쁨의 싹이 움튼다

따사로운 봄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노란 유채꽃이 신비한 향기를 내뿜는다 

연둣빛으로 그린 자연의 걸작
녹슨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에
맑은 바람을 불어 넣는다

눈부신 꽃길에서 가슴을 적신 사람은 알지
봄빛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봄꽃을 보고 만진 사람은 알지
참기 힘든 아픔을 가슴에 묻어두고
헛되이 보낸다는 것을...

여름(夏)

뜨거운 햇살에
가로수 그림자가 길어지면
선잠으로 밤잠을 설치는 노년은
밤이 짧아 좋다

기약도 없는 사랑의 그리움이,

아픔으로 남아,
억겁의 세월동안 담장을 타고 다니며
핏빛 눈물을 흘리는 능소화
애잔한 설화지만
상처받지 않은 사랑 어디 있으랴...

 

유채의 샛노란 빛이 사그라질 무렵

사방에서 보랏빛 향기가 일렁대며
메마른 마음을 적셔준다

비단으로 수 놓아  잔잔하고 편안함을 주는 수국
다양한 색깔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뜨거운 불볕에  더 붉게 피는 꽃

마음도 흔들리지 않는 근엄한 향기를 풍기며,

꽃 한 송이 한송이가,

청초한 기풍으로 가슴에 와닿네.

정적 속에 서 있는 고귀하고 청초한 자태,

기도하듯 바라보는 노년(老年)은,

뜰안의 그윽한 묵향(墨香)에 취하네.

뙤약볕 아래 천년의 그리움만으로,

붉은 주름치마를 하늘거리며,

백일 동안 피고 지는데,

인걸(人傑)은 간 곳 없고,

산천(山川)은 의구(依舊) 한 것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구나.

 

 

뜨거운 여름을 딛고.
 홀연히 일어 선 사랑의 불꽃
사방으로 불꽃을 뿌리며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심을 사로잡는 보랏빛 향연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도 그 힘을 잃는다

 

진흙 속에서도 때 묻지 않는 고결함

꽃 한 송이 한송이마다,

청정하고 향기롭게 꽃을 피웠다

뜨거운 여름에,

더 뜨겁게 피는 해바라기,

훈풍을 맞으며 꽃을 피웠기에,

그 향이 더 진하고 아름답다.

노년은 아무 두려움 없이,

뜨거운 햇살을 퍼마시며,

해바라기 꽃길에,

내 안의 불타는 정열을 섞어며

뜨거운 여름빛을 더듬었다.

마치 그리운 사랑을 만난 것처럼...

 

늦여름에 꽃을 피워,
늦서리가 내릴 때까지 볼 수 있는 꽃
젊은이들이 떠난 외로운 섬이,
레드 색깔 하나로,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 탈바꿈하였다


가을(秋)

가을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오색물결이 일렁대고
산야는 붉게 타오른다
가을빛 따라
마음도 단풍으로 물든다

무지갯빛으로 칠한 산야
한 조각구름마저 잠시 머물며
가을의 조화에 넋을 잃는다

오색의 향연
이 세상 어느 물감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이다

붉게 타오른다!!!

울긋불긋 사방으로 번진다
산야는 농염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혼절하게 하고...

산수(山水)마져 붉게 물들인다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자연의 걸작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점점 사라저 가는 가을빛
가을꽃은 꽃씨가 되고...

숲은 이내 빈 가지만 남는다.

감성 가득했던 가을빛은
고운 추억을 남기지만...

더러는 계곡을 방황하고...

마음을 푸근하게 하였던 황금빛도...

결국에는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맥없이 흩날리면
지난 봄꽃부터 가을 단풍까지 사랑한
 모든 사람을 뒤로 한채
가을은 쓸쓸히 겨울 속에 잠긴다
이제 겨울의 첫눈이 기다려진다.
첫눈이 내리면
나는 또 문밖을 나서리라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고
얼마 남지 않은 임인년(壬寅年)
마무리 잘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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