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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 山生 김 종명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딸랑 한 장 남은 달력. 싫든 좋든 상관없이, 또 일 년의 끄트머리에 섰다. 차가운 바람이 흐르는 적막한 새벽, 인적이 끊어진 길에는, 가로수 그림자만 길어지고, 낙엽들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고등어처럼 펄떡인다.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에, 쓴웃음을 짓는 은행나무 그림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고양이의 서러운 울음소리, 세월에 짓눌린 내 발자국 소리만, 골목의 정적을 깨뜨릴 뿐, 새벽은 도무지 기척이 없다. 수탉 울음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봄빛 같은 햇살이 퍼질 때, 시래기 엮여달고, 김장 준비를 하던, 그 옛날 내 어머님이 그리워, 애꿎은 내 주름살만 만작거린다. 2023.12.1. 삼동(三冬)의 새벽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아직은 여름이야! / 山生 김 종명 아직은 여름이야! 여름 한 철 되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꽃길을 걸었으며, 얼마나 뜨거운, 여름 해를 보았던가? 이제 초록도 지치고, 땅바닥의 내 그림자도 멈추었다. 그칠 줄을 모르는, 기(氣) 빠진 늦여름 바람에, 애꿎은 선풍기는 꼬박 밤을 새우고. 밤새 집요하게 잉잉대며, 내 몸을 빨았던 영악한 흡혈귀는, 통통한 배를 움켜잡고, 제풀에 널브러져 있다. 그래서일까? 훈풍 속에 스치는, 한줄기서늘한 바람에도, 금방 가을의 환상에 잠긴다. 하지만 아직은 여름이다. 조급하지 말자. 오늘이 처서(處暑)이니, 흡혈귀 입이 돌아가고, 선풍기 날갯짓이 멈추면, 분명코 신선한 가을은 오리라. 2023.8.23. 처서((處暑) 아침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한철의 꽃이 지면 / 山生 김 종명 한철의 꽃이 지면... 꽃도 한철. 인생(人生)도 한철. 한낮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한철의 꽃도 시들어지고, 나도 따라 늙어간다. 야밤의 그림자가 짧으면, 밤새 몇 번인가 눈뜨며 기다린, 새벽이 빨리 열리지만, 한철의 꽃이 질 때마다, 내 주름살도 따라 늘어간다. 한낮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젊은 날의 한철 열정이, 새벽안개처럼 모여졌다 흩어지는, 꿈속에서 빨리 눈뜨서 좋다. 한철의 꽃이 질 때면... 2023. 5. 21. 느린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춘휘(春暉) / 山生 김 종명 춘휘(春暉) 봄이 달려간다. 봄빛이 쏟아진다. 쏟아지는 봄빛은, 묵은 겨울의 그림자를 지우고, 그 자리에 연둣빛으로 채운다. 나뭇가지마다 미소가 번지고, 꽃도 웃고 사람도 웃는다. 양춘가절(陽春佳節), 삼월의 아침 빛이 다정도 하다. 세월은 흘러서 아픔을 넘고, 기쁨으로 봄의 언덕을 넘어, 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지금은 봄빛을 더듬네... 2023.3.10.홍쌍리 청매실농원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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