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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노년의 겨울밤 / 山生 김 종명 노년의 겨울밤 겨울로 접어드니, 차가운 바람소리만 들릴 뿐, 산야는 침묵만 흐른다. 이따금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엽소리만 들리고, 주접떨던 새소리도 멈추었다. 모두를 떨게 하는 겨울, 해 떨어지자마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다. 단잠 못 이루는 밤, 겨울밤이 길다는 것을. 노년은 뒤늦게 알아채린다. 문틈사이로 달려드는 냉기에, 화들짝 놀라며 쓸데없는 회상에 잠긴다. 아직 삼동도 지나지 않았는데, 오지도 않을 봄을 그리며, 수탉도 잠자는 느린 새벽을, 뜬눈으로 기다린다. 이렇듯 노년의 겨울밤은, 삼동 추위보다 더 혹독하다. 2023.12.5. 잠 못 이루는 새벽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동창(同窓) / 山生 김 종명 동창(同窓) 동창(同窓)이라는 말이, 바람결에 그냥 스쳐도, 그 순간 향수(鄕愁)에 젖어, 유년시절의 추억이, 새벽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소년에서 노년까지, 4개의 성상(星霜)을 거치면서, 날도 가고 달도 흐르고, 세월만 간 채 나만 머물렀다. 세상 참 좋다! 며칠 전 카톡으로, 중학교 동창 소식들을 접하고,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회상의 머나먼, 소년시절의 꿈과, 기나긴 삶 속에의 변모한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부모의 직업과 사는 수준에 따라, 공유하는 부문이 달랐지만, 티 없이 맑은 소년 시절이라, 이해타산도 없었고 , 흉허물 없이 지낸 친구들이라, 불현듯 눈앞에 아련거려,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미 타계한 친구들 명단을 보고,.. 더보기
짧은 봄날의 회상(回想) 짧은 봄날의 회상(回想) 새봄에 싹을 틔웠다가, 순서대로 꽃을 피우는 봄꽃, 사방에서 앞다투어 피지만, 꽃이 질 차례가 오면, 한껏 누리던 영화를 뒤로 한 채, 다음 꽃에 자리를 물려주고, 홀연히 떠난다. 꽃이 필 때보다 질 때, 더 아름다운 것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고집하지 않고, 질 차례를 안다는 것이다. 꽃이 질 때의 순간,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일몰 후의 노을처럼 빛난다, 어쩌면 우리와 같은, 한편의 인생 드라마이기도 하다. 젊을 때 등한시 한 꽃, 나이 들면서 꽃을 찬양한다. 정열은 나이와 더불어 사그라지고, 피 끓는 사랑의 환상도, 모두 세월 속에 묻히지만, 연인들의 속삭임이 남아있는, 사랑스러운 오솔길,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한 꽃길은, 인생의 온갖 고뇌와 번뇌를, 한 순간 잊게 하고, 꿀처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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