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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세상

설애(雪愛) / 山生 김 종명 설애(雪愛) 꽃이 피었다. 구름 타고 내려온 설편(雪片)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 등에 업혀, 찬 매화가 핀 이른 봄빛에, 하얀 꽃을 피웠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햇살이 퍼지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겁지겁 달려간 산정(山頂), 차가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빛 설편(雪片)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덩달아 내 가슴도 따라 출렁댄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상고대, 투명한 몸으로, 바람결에 토해내는 청아한 소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닮아, 내 가슴을 울린다. 숨 막히는 하얀 세상, 눈꽃 한 움큼 보듬고, 부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더는 무엇하나 생각나지 않은, 순백(純白)의 세상, 행여 티끌이 될까 봐, 까만 머리칼 한 오라기 움켜쥐고, 연민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음.. 더보기
장성 외딴집의 아름다운 설경 장성 외딴집의 아름다운 설경 도심 곳곳에는, 캐럴송이 사방에 울려 퍼지고, 대낮에도, 크리스마스트리 전구가 번쩍인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 눈이 연일 내리는, 서해 쪽으로 마실을 떠난다. 진주에서 장성 쪽으로 이동 중, 담양에 들어서자, 잿빛 하늘에서 눈송이가 살포시 내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겨울왕국이 된 장성, 갑자기 한파 뒤에 날씨가 따뜻해져 내린 눈이 모두 녹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설경으로 입소문 난 시골의 외딴집에 들어서자, 과연 입소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숲도 들판도 아무런 소리 없이, 차가운 침묵만 흐르고, 눈뜬 사물 하나 없는 들녘의 작은 언덕에, 들판만큼이나 오래 묵은, 대문 없는 외딴집이 잠들어 있었다. 스레트 지붕과 시멘트 벽.. 더보기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 탐방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 탐방 사계절 갖가지 꽃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사에 지친 이방인들을, 그냥 마음 편하게 보듬어 주는 곳, 늘 잔잔한 평안을 주는, 고즈넉한 시골 농장 야트막한 언덕에, 하얀 꽃세상이 펼쳐졌다. 안개처럼 다가온 메밀꽃은, 가녀린 꽃대 위에 작은 꽃을 피우고. 큰 키로 아름다움을 과시하지 않고 따로 자랑하지도 않는다. 늘 함께 모여, 수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준다. 자잘한 꽃들의 잔치, 학원농장 메밀꽃은, 더 넓은 꽃밭에 꽃이 피고 지는, 릴레이식으로 조성하여, 탐방객을 맞이한다. 이것 또한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을 배려한 마음이리라. 굳이 이효석의 소설을 떠 올리지 않아도, 마음 깊숙이 감추어 둔, 연정, 그리움 등을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지친 심신을 힐링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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