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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애(雪愛)
꽃이 피었다.
구름 타고 내려온 설편(雪片)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 등에 업혀,
찬 매화가 핀 이른 봄빛에,
하얀 꽃을 피웠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햇살이 퍼지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겁지겁 달려간 산정(山頂),
차가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빛 설편(雪片)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덩달아 내 가슴도 따라 출렁댄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상고대,
투명한 몸으로,
바람결에 토해내는 청아한 소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닮아,
내 가슴을 울린다.
숨 막히는 하얀 세상,
눈꽃 한 움큼 보듬고,
부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더는 무엇하나 생각나지 않은,
순백(純白)의 세상,
행여 티끌이 될까 봐,
까만 머리칼 한 오라기 움켜쥐고,
연민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음에 두었던 말,
차마 하지 못한 채,
정적(靜寂)만 흐르는 눈길에,
언제 사그라질지 모를
내 발자국만 남겨두었다.
2024.2.27. 덕유산에서...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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