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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설애(雪愛) / 山生 김 종명 설애(雪愛) 꽃이 피었다. 구름 타고 내려온 설편(雪片)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 등에 업혀, 찬 매화가 핀 이른 봄빛에, 하얀 꽃을 피웠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햇살이 퍼지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겁지겁 달려간 산정(山頂), 차가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빛 설편(雪片)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덩달아 내 가슴도 따라 출렁댄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상고대, 투명한 몸으로, 바람결에 토해내는 청아한 소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닮아, 내 가슴을 울린다. 숨 막히는 하얀 세상, 눈꽃 한 움큼 보듬고, 부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더는 무엇하나 생각나지 않은, 순백(純白)의 세상, 행여 티끌이 될까 봐, 까만 머리칼 한 오라기 움켜쥐고, 연민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음.. 더보기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 山生 김 종명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딸랑 한 장 남은 달력. 싫든 좋든 상관없이, 또 일 년의 끄트머리에 섰다. 차가운 바람이 흐르는 적막한 새벽, 인적이 끊어진 길에는, 가로수 그림자만 길어지고, 낙엽들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고등어처럼 펄떡인다.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에, 쓴웃음을 짓는 은행나무 그림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고양이의 서러운 울음소리, 세월에 짓눌린 내 발자국 소리만, 골목의 정적을 깨뜨릴 뿐, 새벽은 도무지 기척이 없다. 수탉 울음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봄빛 같은 햇살이 퍼질 때, 시래기 엮여달고, 김장 준비를 하던, 그 옛날 내 어머님이 그리워, 애꿎은 내 주름살만 만작거린다. 2023.12.1. 삼동(三冬)의 새벽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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