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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 山生 김 종명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딸랑 한 장 남은 달력. 싫든 좋든 상관없이, 또 일 년의 끄트머리에 섰다. 차가운 바람이 흐르는 적막한 새벽, 인적이 끊어진 길에는, 가로수 그림자만 길어지고, 낙엽들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고등어처럼 펄떡인다.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에, 쓴웃음을 짓는 은행나무 그림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고양이의 서러운 울음소리, 세월에 짓눌린 내 발자국 소리만, 골목의 정적을 깨뜨릴 뿐, 새벽은 도무지 기척이 없다. 수탉 울음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봄빛 같은 햇살이 퍼질 때, 시래기 엮여달고, 김장 준비를 하던, 그 옛날 내 어머님이 그리워, 애꿎은 내 주름살만 만작거린다. 2023.12.1. 삼동(三冬)의 새벽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기인우천(杞人忧天) / 山生 김종명 기인우천(杞人忧天) 저녁 어스름이 드리우며, 암울한 하늘, 주접떨던 새들도 기척이 없고, 큰길을 오고 가는, 차량 엔진 소리만, 초저녁의 적막을 깨뜨린다. 창밖에 바람이 인다. 비가 오려나? 사방에서 가을꽃들이, 저마다 앞다투어 웃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가녀리고 나약한 꽃들을... 내 심장까지 향한, 가을꽃의 청순한 눈길을, 한시도 잊을 수 없어, 애꿎은 커피 잔을 이리저리 돌린다. 새삼스레 긴 밤이 무서워진다. 2022.10.3. 초저녁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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