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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장맛비 유감(遺憾) / 山生 김 종명 장맛비 유감(遺憾) 비가 내린다. 은빛 열기를 퍼붓던 하늘은, 잿빛 구름을 덮고, 장마라는 구실로, 며칠새 또 비를 뿌려대고 있다. 땅 위로 낮게 깔린 안개는, 여기저기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 꽃밭을 스쳐 흐르고, 사랑 어린 오솔길, 웃음소리 가득하였던 그곳엔, 지금 빗물만 흘러내리고. 언덕의 바람개비만,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다. 엊그제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훨씬 더 뜨겁게 핀 꽃은, 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제 막 뜨겁게 꽃을 피우는데, 어쩌란 말인가? 가녀리고 나약한 꽃들은, 꼼짝 않고 무거운 고개를 숙이고, 지친 숨소리를 허공에 토해 놓고 있다, 내 심장까지 향한, 청순한 모습을, 한시도 잊을 수 없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애꿎은 커피 잔만 이리저리 돌린다. 2023.7.7. .. 더보기
감로수(甘露水)가 쏟아지는 날에 / 山生 김종명 감로수(甘露水)가 쏟아지는 날에... 비가 내린다. 봄비가... 지독한 가뭄 끝에 내리는 이 비는, 어젯밤부터 추적추적 내리며, 메말랐던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봄꽃이 핀 언덕길, 속삭임이 남아있는, 사랑스러운 오솔길, 번잡한 도심에 까지, 생명수를 마시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목마름에 널브러져 있던 봄빛, 해갈(解渴)에는 턱도 없지만, 이번 비는 감로수가 되어, 봄이 되시작할 지니, 비가 그치고 해가 눈뜨면, 벌들이 붕붕거리며, 꽃잎에 날라들고, 잠 깨어난 꽃길에는, 속삭임이 넘쳐날 것이다. 막 피어난 벚꽃이, 감로수 한 방울에 활짝 웃는다. 2023.3.23. 산청 원지 양천 벚꽃길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꽃피는 섬에서.../ 山生 김 종명 꽃피는 섬에서... 꽃이 핀 섬으로 갔더니, 파도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섬, 바다는 하늘을 보고 드러누웠고, 뜨거운 햇살에 지친 팽나무 아래, 아리따운 여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랑어린 팽나무 십리길, 속삼임과 웃음이 넘쳤고, 눈에 익은 언덕 오솔길에는, 파란 , 빨강 , 하얀 비단옷을 입은, 섬 여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 듯, 반가운 눈길을 보내고, 나를 힘껏 보듬어 주었다. 섬 여인들과 사랑의 속삭임은, 낮이 길어서 좋고, 선잠을 자는 노년은 밤이 짧아서 좋다, 우아하고 매혹적인 여인들과의, 호젓한 사랑에 빠져, 나를 늙게 만들었던 모든 것을, 기척 없는 바다에 은밀히 수장하고, 맑은 내 영혼만, 꽃이 핀 섬에 남겨둔 채, 보잘것없는 도시로 발걸음을 옮긴다. 2022.7.2 도초도 수국 꽃길에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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