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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겨울밤의 밀회 / 山生 김 종명 겨울밤의 밀회 저녁노을이 다 타버린, 도시 뒤 안길, 인적이 끊어진 길에, 차가운 어둠만 흐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 심장은 쿵쿵, 커다란 숨을 쉬며, 어둠에 심장을 포개자, 잠시 죽은척한 어둠은, 내 품 안에 금방 안겨 온다. 어둠 속 익숙한 포옹,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정, 새벽이 올 때까지, 어둠과 함께한, 내 심장의 고동 소리를, 행여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2023. 12. 12. 심야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노년의 겨울밤 / 山生 김 종명 노년의 겨울밤 겨울로 접어드니, 차가운 바람소리만 들릴 뿐, 산야는 침묵만 흐른다. 이따금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엽소리만 들리고, 주접떨던 새소리도 멈추었다. 모두를 떨게 하는 겨울, 해 떨어지자마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다. 단잠 못 이루는 밤, 겨울밤이 길다는 것을. 노년은 뒤늦게 알아채린다. 문틈사이로 달려드는 냉기에, 화들짝 놀라며 쓸데없는 회상에 잠긴다. 아직 삼동도 지나지 않았는데, 오지도 않을 봄을 그리며, 수탉도 잠자는 느린 새벽을, 뜬눈으로 기다린다. 이렇듯 노년의 겨울밤은, 삼동 추위보다 더 혹독하다. 2023.12.5. 잠 못 이루는 새벽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 山生 김 종명 초겨울 새벽의 회한(悔恨) 딸랑 한 장 남은 달력. 싫든 좋든 상관없이, 또 일 년의 끄트머리에 섰다. 차가운 바람이 흐르는 적막한 새벽, 인적이 끊어진 길에는, 가로수 그림자만 길어지고, 낙엽들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고등어처럼 펄떡인다.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에, 쓴웃음을 짓는 은행나무 그림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고양이의 서러운 울음소리, 세월에 짓눌린 내 발자국 소리만, 골목의 정적을 깨뜨릴 뿐, 새벽은 도무지 기척이 없다. 수탉 울음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봄빛 같은 햇살이 퍼질 때, 시래기 엮여달고, 김장 준비를 하던, 그 옛날 내 어머님이 그리워, 애꿎은 내 주름살만 만작거린다. 2023.12.1. 삼동(三冬)의 새벽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한철의 꽃이 지면 / 山生 김 종명 한철의 꽃이 지면... 꽃도 한철. 인생(人生)도 한철. 한낮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한철의 꽃도 시들어지고, 나도 따라 늙어간다. 야밤의 그림자가 짧으면, 밤새 몇 번인가 눈뜨며 기다린, 새벽이 빨리 열리지만, 한철의 꽃이 질 때마다, 내 주름살도 따라 늘어간다. 한낮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젊은 날의 한철 열정이, 새벽안개처럼 모여졌다 흩어지는, 꿈속에서 빨리 눈뜨서 좋다. 한철의 꽃이 질 때면... 2023. 5. 21. 느린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비와 그리움 / 山生 김 종명 비와 그리움 또 비가 내린다. 밤을 딛고 일어서는 새벽같이, 여름이 끝나가는 길에, 가을이 서 있지만. 여름은, 물러 설 마음조차 없는지, 가뭄에 생명수도 아닌, 부질없는 비만 뿌려댄다. 올여름 도대체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하기 싫다. 우중(雨中)을 핑계 삼아, 무심결에 잊고 지냈던, 그리운 사람들을 떠 올리며,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내 안의 감성을 끄집어낸다. 그리고는, 전화번호를 누른다. 검지의 위력으로, 바깥세상과의 간단한 소통, 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연락이 단절된 것을 뒤늦게 알고, 한 숨이 나고 너무 서글프서, 그리움이 빗물처럼, 내 가슴을 타고 내린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지, 연신 쏟아져 내린다. 2022.8.30. 비 내리는 오후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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