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자국

설애(雪愛) / 山生 김 종명 설애(雪愛) 꽃이 피었다. 구름 타고 내려온 설편(雪片)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 등에 업혀, 찬 매화가 핀 이른 봄빛에, 하얀 꽃을 피웠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햇살이 퍼지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겁지겁 달려간 산정(山頂), 차가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빛 설편(雪片)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덩달아 내 가슴도 따라 출렁댄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상고대, 투명한 몸으로, 바람결에 토해내는 청아한 소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닮아, 내 가슴을 울린다. 숨 막히는 하얀 세상, 눈꽃 한 움큼 보듬고, 부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더는 무엇하나 생각나지 않은, 순백(純白)의 세상, 행여 티끌이 될까 봐, 까만 머리칼 한 오라기 움켜쥐고, 연민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음.. 더보기
겨울밤의 밀회 / 山生 김 종명 겨울밤의 밀회 저녁노을이 다 타버린, 도시 뒤 안길, 인적이 끊어진 길에, 차가운 어둠만 흐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 심장은 쿵쿵, 커다란 숨을 쉬며, 어둠에 심장을 포개자, 잠시 죽은척한 어둠은, 내 품 안에 금방 안겨 온다. 어둠 속 익숙한 포옹,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정, 새벽이 올 때까지, 어둠과 함께한, 내 심장의 고동 소리를, 행여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2023. 12. 12. 심야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훈풍(薰風)이 부는 날 / 山生 김 종명 훈풍(薰風)이 부는 날 하루가 멀다않고 찾아 나선 봄빛, 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언제나 그리움이었다. 사랑의 즐거움과 기쁨, 그 자체가 아니더라도, 그냥 보기만 하여도, 가슴설레게 하는 너, 나는 기억한다. 너를 만나 내 심장은 더 뜨거웠고, 내 안의 영혼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삶의 탄력과 리듬을 타는 순간, 꽃길에서 터져 나오는 외마디 탄식, 어머! 벌써 잎이 피었네! 그렇다! 꽃이 피었다가 시간이 저만치 흐르면서, 푸르른 잎으로 된 것이다. 민들레 홀씨가 들판으로 달리고, 이제 초록이 점점 짙어진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나는 것이다. 내 영혼을 젊게 만든 봄꽃 길, 훈풍(薰風)이 인다! 꽃길에 남겨진 소중한 내 발자국 위로, 스쳐지나는 바람은, 영락없는 훈풍(薰風)인데, 훈풍(薰.. 더보기
여름 바람 / 山生 김종명 여름 바람 산야(山野)는 초록빛, 하늘과 땅 사이에는 여름 바람, 봄꽃은 뜨거운 햇살을 버티며, 그리운 사랑을 기다리지만, 저녁이 다 되어도, 해는 아직 언덕에 걸려있네, 그리운 사랑은 오지 않았는데, 봄꽃은 벌써 꽃씨가 되어, 여름 바람에, 가늘고 여린 허리를 흔들며 서 있다. 쓸쓸한 아름다움, 까불대는 나비 한 마리도 조차 없고, 꽃대 옆에는, 키 큰 잡초만 줄지어 서있다. 황량한 언덕 위, 아픈 마음이 초록으로 물든다. 사라져 가는 봄날의 풍경, 그 길을 걸어온 내 발자국을, 뜨거운 여름 바람이 지워버린다. 2022.6.2. 늦은 봄날 오후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