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동정호의 겨울
하동 동정호의 겨울 한파의 매서운 바람은, 모든 것을 떨게 하고, 쓸쓸한 호숫가에 스치는 바람은, 살을 에이는 듯하다.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는, 형제봉 기슭 아래 악양 들판은, 그림자 한 점 없고, 멀리 떨어진 숲은 어둡게 물든 채, 꼼짝 않고 잠들어 누워 있다. 그곳 일찍이 거닐었던 호숫가에, 우리들의 그림자를 쫓아간다. 호수는 매서운 바람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물거품을 토해내고, 빛바랜 낙엽만 흩날리다 호수가를 달린다. 허한 마음에 눈을 돌려보니, 그림자도 없는 너른 들판에, 부부소나무가, 세찬 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사랑으로 서 있다. 감미로운 사랑의 모험을 떠 올리며, 나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 겨울이 끝나고, 최참판댁에 매화꽃이 피면, 거울처럼 해맑은 이 호수가를, 당신과 함께 거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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