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

빛바랜 사진(寫眞) 한 장 / 山生 김 종명 빛바랜 사진(寫眞) 한 장 불현듯, 묵혀 두었던 책장 속의, 사진첩을 뒤적이다, 누렇게 변한 사진 한 장을, 눈에 넣는 순간, 아! 하고, 나도 몰래 긴 한숨을 내뱉는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기억 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엄마와 함께하였던, 내 어릴 적의 모습이었다. 평생 내 인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였던, 엄마의 모습이 떠 올라, 생각만 하여도 그냥 눈물이 난다, 딱 한 장 남은 사진이, 과거가 되고 있는 삶의 기억과, 때늦은 회한(悔恨)들을 불러 모으며, 내 가슴을 마구 후벼 판다. 이 좋은 세상 이 순간에, 영원히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서글픈 현실에, 눈꺼풀에 이슬만 맺힌다. 까맣게 잊었던,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나를 과거 속으로 끌어들이며, 나를 자꾸 울린다, 이제 나도 어쩔 .. 더보기
안개비가 내리는 날 / 山生 김 종명 안개비가 내리는 날. 모든 것이 깨어 굼틀댄다.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절기상 우수(雨水)를 하루 앞둔 날, 이른 새벽부터 안개비가 내린다. 겨울의 기억을 녹일 듯이, 안개비가 내린다. 뿌옇게 흩날리는 안개비, 그 속에, 뽀얀 얼굴이 보인다. 그것은 내 기억 속의 홍매(紅梅)였다.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홍매(紅梅)는, 영겁(永劫)을 해탈(解脫)한 모습처럼, 무척이나 아름답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안개비, 차가운 물방울로 번지며, 나뭇가지를 타고 다니면서, 풋내 나는 꽃잎을 희롱한다. 봄은 아직 아니야 라며... 겨울 눈이 녹아 비가 되었나? 태양이 뿌연 안개 뒤로 숨어들어도, 나는 봄을 떠올리고 있다. 나의 봄은 좀 더 화사하고, 좀 더 따사로워, 완벽하고 농익은 봄날이 기다려진다. 성급하게 핀, 홍.. 더보기
소중한 인연(因緣) / 山生 김 종명 소중한 인연(因緣)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어지는 숱한 인연들, 연분(緣分)은 우리네 삶 속에 다양하지만, 스쳐 지나는 인연 또한 많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간간히 옛 인연들이 떠 오른다면, 필시 그것은 스쳐 지나간 인연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남은 따뜻한 그리움일 게다. 가까운 곳이거나 먼 곳에 있던, 세상을 먼저 떠났거나 살아있든 간에, 소식이 있거나 없거나를 떠나, 살면서 잠시 잠깐 동안, 함께한 인연을 떠 올린다는 것은, 빛바랜 사진첩을 꺼내보는 것과 같다. 인연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살면서 가끔 잊었던 인연들을, 한 번쯤 떠 올리는지요? 2022.2.18. 오후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