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넋두리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 山生 김 종명

728x90
반응형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고 지고,

그러다가 녹음이 지쳐,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물들다가,

북풍이 스멀스멀 밀려오면,

떨어지다 찢긴 마른 잎이,

차가운 땅 바닥에 널브러지고,

어느새 가로등 그림자는,

제 몸보다 두배나 길어진다.

불빛이 하나 둘 사라진 적막한 골목에는,

길 고양이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쌀쌀한 겨울바람에 흩날린다.

해지면 달 뜨고,

달지면 해 뜨는,

아주 단순한 하루가,

벌써 열두 달을 채우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냥 빈손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라며,

늘 그랬듯이 연말만 되면,

나는 어느새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허한 마음에 밤거리를 나서면,

귀에 익숙한 캐롱 송과,

트리의 꼬마전구가 반짝이고,

불타 올랐던 내 청춘의 회상들이,

밤빛 따라 허느적거린다.

춥고 추운 밤,

거리 불빛이 없는 곳까지 거닐면서,

나는 또 내일을 기다린다.

마치 무슨 할 일이 있는 것처럼...

2021.12.5. 추운 밤에...山生 김 종명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