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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고 지고,
그러다가 녹음이 지쳐,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물들다가,
북풍이 스멀스멀 밀려오면,
떨어지다 찢긴 마른 잎이,
차가운 땅 바닥에 널브러지고,
어느새 가로등 그림자는,
제 몸보다 두배나 길어진다.
불빛이 하나 둘 사라진 적막한 골목에는,
길 고양이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쌀쌀한 겨울바람에 흩날린다.
해지면 달 뜨고,
달지면 해 뜨는,
아주 단순한 하루가,
벌써 열두 달을 채우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냥 빈손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라며,
늘 그랬듯이 연말만 되면,
나는 어느새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허한 마음에 밤거리를 나서면,
귀에 익숙한 캐롱 송과,
트리의 꼬마전구가 반짝이고,
불타 올랐던 내 청춘의 회상들이,
밤빛 따라 허느적거린다.
춥고 추운 밤,
거리 불빛이 없는 곳까지 거닐면서,
나는 또 내일을 기다린다.
마치 무슨 할 일이 있는 것처럼...
2021.12.5. 추운 밤에...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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