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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무는 길에서 / 山生 김 종명
길에서 시작하여,
길에서 끝나는 우리네 삶,
생명이 움트는 봄부터,
삭막한 이 겨울까지,
지루한 민생고에 신음하며,
뒤돌아 볼 새 없이,
앞만 보고 걸어온 길,
아! 벌써 올해가 저문다.
날아가는 구름에,
싸느다란 빛에,
며칠밤이 지나면 또 한 해가 저문다.
천지는 청명한데 세사는 암울하다.
지루한 코로나로,
산산조각이 난 소소한 일상,
수많은 탄식,
시간은 흘러서 아픔을 넘어,
애써 인내하며 감당하려 하나,
정작 그 길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앞에 보이는 길은,
늘 걸었던 길이지만,
안개 낀 길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한겨울 추위에 떨며 서있다.
금방 지려하는 태양,
오늘도 어김없이 서산으로 해가 저문다.
석양은,
차가운 겨울바람에 일렁이며,
불꽃처럼 흩어지고,
어스름한 도심거리에 폐지를 싣고,
맥없이 리어카를 끄는 꼬부랑 노인 등 뒤로,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도심의 불이 하나 둘 켜진다.
2021.12.22. 해질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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