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춥고 추운 어스름한 새벽녘,
항구에는 닻 내린 빈 배만 묶여있고,
수면에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희뿌연 반달과 별빛만 어둠을 지킨다.
하늘과 땅 사이로 흐르는 바람에,
어둠에 묻혔던 검은 파도가,
거칠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나의 영혼에 겁을 주고,
애꿎은 갯바위를 때려댄다.
파도가 무섭게 칠 때마다,
부질없는 회상과 상념도 덩달아 흩뿌려진다.
선잠 깨어 세월을 탓하고,
소금 냄새에 젖은 노년은,
동녘에서 서서히 빨간 물감을 뿌려대고,
불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한없이 드넓은 겨울바다와,
하얀 포말을 뿌려대는 파도를 보며,
이 새벽이 다 할 때까지,
노년은 청승을 떨며 갯가에 서 있었다.
도대체 몇 번째 겨울바다인지,
이제 생각하기도 싫다.
정녕 세월에 닻을 내릴 수는 없는가?
2021.12.13.새벽녘 포항 일출암에서 山生 김 종명
728x90
반응형
'나의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마다 새롭게 살면 행복해진다 / 山生 김 종명 (0) | 2022.01.08 |
---|---|
해 저무는 길에서 / 山生 김 종명 (0) | 2021.12.23 |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 山生 김 종명 (0) | 2021.12.06 |
황량한 산정(山頂) / 山生 김 종명 (0) | 2021.12.01 |
행여 외롭다면 겨울바다로 떠나라 / 山生 김 종명 (0) | 2021.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