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신호등 / 山生 김종명

적색 신호등 / 山生 김종명

사랑이란,

집에서나,사무실에서나,길거리에서나,

모든 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폰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훨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는 엄청난 보물이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녀일 것이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차안이나, 거리에서,라디오나 ,

텔레비젼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만남과 이별의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유행가는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대물림되는 유산이다.

 

사랑이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어다 보지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 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 주는,

그녀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그냥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녀가 정녕 고맙다.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고,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배경음악

I Will Always Love You / Whitney Hous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