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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

아직은 여름이야! / 山生 김 종명 아직은 여름이야! 여름 한 철 되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꽃길을 걸었으며, 얼마나 뜨거운, 여름 해를 보았던가? 이제 초록도 지치고, 땅바닥의 내 그림자도 멈추었다. 그칠 줄을 모르는, 기(氣) 빠진 늦여름 바람에, 애꿎은 선풍기는 꼬박 밤을 새우고. 밤새 집요하게 잉잉대며, 내 몸을 빨았던 영악한 흡혈귀는, 통통한 배를 움켜잡고, 제풀에 널브러져 있다. 그래서일까? 훈풍 속에 스치는, 한줄기서늘한 바람에도, 금방 가을의 환상에 잠긴다. 하지만 아직은 여름이다. 조급하지 말자. 오늘이 처서(處暑)이니, 흡혈귀 입이 돌아가고, 선풍기 날갯짓이 멈추면, 분명코 신선한 가을은 오리라. 2023.8.23. 처서((處暑) 아침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무정세월 / 山生 김 종명 무정세월 하늘과 땅 사이에 까불대는 고추잠자리, 훈풍에 날리듯 반짝 나타났다가, 강바람에 수직으로 떨어져, 이른 코스모스 꽃밭에 처박힌다. 여름이 끝나는 길에, 가을이 서 있다. 사계(四季)는 오고 가고, 현재는 늘 내 곁에 있는데, 나만 변해서, 자꾸 과거가 되어간다. 애꿎은 주름살만 만지작 거리는 사이, 진주교 아래 남강은 흐른다. 2023.8. 18.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훈풍(薰風)이 부는 날 / 山生 김 종명 훈풍(薰風)이 부는 날 하루가 멀다않고 찾아 나선 봄빛, 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언제나 그리움이었다. 사랑의 즐거움과 기쁨, 그 자체가 아니더라도, 그냥 보기만 하여도, 가슴설레게 하는 너, 나는 기억한다. 너를 만나 내 심장은 더 뜨거웠고, 내 안의 영혼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삶의 탄력과 리듬을 타는 순간, 꽃길에서 터져 나오는 외마디 탄식, 어머! 벌써 잎이 피었네! 그렇다! 꽃이 피었다가 시간이 저만치 흐르면서, 푸르른 잎으로 된 것이다. 민들레 홀씨가 들판으로 달리고, 이제 초록이 점점 짙어진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나는 것이다. 내 영혼을 젊게 만든 봄꽃 길, 훈풍(薰風)이 인다! 꽃길에 남겨진 소중한 내 발자국 위로, 스쳐지나는 바람은, 영락없는 훈풍(薰風)인데, 훈풍(薰.. 더보기
봄비 유감(遺憾) / 山生 김 종명 봄비 유감(遺憾) 봄비가 내린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이번 봄비는, 잿빛 하늘을 닮아, 험상궂게 내린다. 사납게 으르렁 거리며, 울부짖는다. 이 부드러운 봄날에, 세찬 봄비는, 매화나무를 마구 흔들어, 매화꽃을 낙화시키고, 연인들의 뜨거운 숨결마저, 순식간에 차갑게 식힌다. 그제부터 불고 있는, 이른 봄날의 훈풍(薰風)에, 꽃망울을 전부 터트린 봄꽃은, 빈가지 사이로, 무참하게 쏟아지는 봄비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린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꽃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변덕을 부린 것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바람이여! 제발 꽃잎은 건드리지 말아 다오. 세찬 봄비는, 모르는 척 창문을 흔들어 댄다. 2023.3.12. 봄비 내리는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해바라기 꽃길에서 / 山生 김 종명 해바라기 꽃길에서... 푸른 하늘에서 퍼붓는, 은빛 열기로, 나무도, 숲도, 점점 지쳐간다. 뜨거운 여름에, 더 뜨겁게 피는 해바라기, 훈풍을 맞으며 꽃을 피웠기에, 그 향이 더 진하고 아름답다. 해바라기의 시선이, 나의 심장까지 와닿을 때마다,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 들게 하고, 십 년이나 젊어진다. 황금빛 꽃길에서, 가슴을 적셔본 사람은 알지, 참기 힘든 아픔을 가슴에 묻어 두고, 세상과 부딪히며, 힘겹게 헛되이 산다는 것을... 황금빛 해바라기는, 뜻이 있어 웃고 있는데, 이 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선풍기나 에어컨 앞에서, 헛되이 뜨거운 여름을 보낸다. 나는, 아무 두려움 없이, 뜨거운 햇살을 퍼마시며, 해바라기 꽃길에, 내 안의 불타는 정열을 섞어며 뜨거운 여름빛을 더듬네. 마치 그리운 사랑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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