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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길섶의 참꽃 / 山生 김 종명 길섶의 참꽃 꽃은 계절 따라 핀다. 그중에 철 모르는 꽃도 핀다. 꽃피는 순서를 잊었는지, 기다림에 지쳤는지, 눈길 가지 않은 길섶에, 살포시 철 모르는 꽃이 피었다. 봄꽃은, 싱그럽고 풋풋한 향기를 내뿜고, 가을꽃은, 농염한 여인의 체취를 내뿜는다. 억겁의 세월 속에, 철 지나 길섶에 핀 꽃은,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시들어진다. 철 지나 뜨겁게 피는 꽃은, 그 향이 진하다. 온갖 풍상을 거쳐 꽃을 피웠으니, 그 향이 진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의 손길이나, 눈길을 받지 않고, 고결하게 그리고 맑게 핀 꽃이다. 아무런 욕심 없이 꽃을 피웠기에, 어쩌면 이 세상의 참꽃 인지도 몰라? 누구나 볼 수 없는, 길섶의 철 지난 꽃을 볼 수 있어, 난 정말 행복하다. 내 가슴에도 꽃이 핀다. 길섶의 순수한 참꽃을 .. 더보기
설화(雪花)를 기다리며 / 山生 김 종명 설화(雪花)를 기다리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잔뜩 기다려지는 설화(雪花). 잎사귀도 없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빈 나뭇가지에 꽃을 피우는 눈꽃은, 오직 하얀 빛깔 하나로, 잠깐 피었다가 지는, 찰나의 꽃이기에 더 기다려진다. 빈 가지에 핀 하얀 눈꽃은, 배넷저고리를 입었다가, 수의(壽衣)를 입고 떠나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았다, 바람이 불적마다, 수정 같이 맑은 소리를 토해내는, 순백의 눈꽃은, 비록 향기는 없지만 맑고 순수하다. 더구나,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보탤 것 없는 빈 가지에 핀 꽃이기에, 늘 겨울만 되면, 잔잔한 평안과 기쁨을 주고, 삶의 허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 누구의 순수를 닮았기에, 순백의 설화(雪花)가 기다려진다. 절기상 내일이 대설(大雪)이다. 2022.12. 6..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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