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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무인도 바닷길에서 / 山生 김 종명 무인도 바닷길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퍼지는 정오의 바다, 썰물때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무인도. 새들도 날지 않고, 배 한 척도 없는, 무인도의 한적한 바다는, 때로는 잔잔하다가 높이 솟구치고, 때로는 맨살을 드러내다가 깊이 잠긴다. 밀물 따라 부는 바람에, 소금 냄새를 풍기며, 하얀 이빨을 드러낸 파도는, 바다 밑에 웅크린, 애꿎은 몽돌과 갯바위를 때려대며, 눈송이처럼 휘날리며 흩어진다. 생이별에 화풀이라도 하는 것인가? 운명처럼 갈라졌다 다시 만나는 바닷길, 바다가 만나는 기쁨 뒤에, 내가 무인도에 표류될까 겁나서, 달려드는 파도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바닷길을 걷는다, 맑은 겨울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들리는 소리, 그 소리는 나 혼자에게만 들리는가? 파도가 슬피 우는, 갈라진 바닷길을 나 홀로 걸.. 더보기
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춥고 추운 어스름한 새벽녘, 항구에는 닻 내린 빈 배만 묶여있고, 수면에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희뿌연 반달과 별빛만 어둠을 지킨다. 하늘과 땅 사이로 흐르는 바람에, 어둠에 묻혔던 검은 파도가, 거칠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나의 영혼에 겁을 주고, 애꿎은 갯바위를 때려댄다. 파도가 무섭게 칠 때마다, 부질없는 회상과 상념도 덩달아 흩뿌려진다. 선잠 깨어 세월을 탓하고, 소금 냄새에 젖은 노년은, 동녘에서 서서히 빨간 물감을 뿌려대고, 불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한없이 드넓은 겨울바다와, 하얀 포말을 뿌려대는 파도를 보며, 이 새벽이 다 할 때까지, 노년은 청승을 떨며 갯가에 서 있었다. 도대체 몇 번째 겨울바다인지, 이제 생각하기도 싫다. 정녕 세월에 닻을 내릴 수는.. 더보기
행여 외롭다면 겨울바다로 떠나라 / 山生 김 종명 행여 외롭다면 겨울바다로 떠나라! 가슴에 늘 덩어리가 있다면, 가슴에 번지는 슬픔이 있다면, 까닭 없이 세월의 무게에, 머리가 힘없이 숙여지려거든, 파도를 잠재우는 겨울바다로 떠나라. 가슴에 맺힌 응어리와 고독을, 깊은 바다에 은밀히 수장하라. 솟구쳐 부서지는 파도 속에, 식어버린 열정을 묻어라. 2021.11.24.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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