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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넋두리

봄비 유감(遺憾) /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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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유감(遺憾)

봄비가 내린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이번 봄비는,
잿빛 하늘을 닮아,
험상궂게 내린다.
사납게 으르렁 거리며,
울부짖는다.

이 부드러운 봄날에,
세찬 봄비는,
매화나무를 마구 흔들어,
매화꽃을 낙화시키고,
연인들의 뜨거운 숨결마저,
순식간에 차갑게 식힌다.
그제부터 불고 있는,
이른 봄날의 훈풍(薰風)에,
꽃망울을 전부 터트린 봄꽃은,
빈가지 사이로,
무참하게 쏟아지는 봄비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린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꽃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변덕을 부린 것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바람이여!
제발 꽃잎은 건드리지 말아 다오.

세찬 봄비는,
모르는 척 창문을 흔들어 댄다.
2023.3.12. 봄비 내리는 오후에...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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