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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넋두리

매정한 하늘 /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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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정한 하늘

폭우 속에 잿빛 구름이,
무섭게 떠 다닌다.
푸른 숲도,
수많은 꽃들도,
미친 듯이 퍼붓는 빗줄기에,
겁에 질려 자지러진다.

혹독한 삼동(三冬)과,

봄 한철 가뭄을 용케 견딘,
늦여름 수많은 꽃들이,
널브러지고 죽어가는데,
매정한 하늘은,
검은 장막을 치고 모르는 척한다.
진흙탕 속에 묻히고,
얼기설기 뒤엉커,
예전의 모습을 잃은 늦여름꽃,
고귀한 향기만 흩날리며,

서럽게 울어대지만,
잿빛 하늘과 꽃밭 사이에는,
야속한 훈풍(薰風)만 불어대고,
저만치 가을은,
누른 이를 드러낸 채,
히죽히죽 웃고 서 있다.
2022.8.20.폭우가 쏟아지는 초 저녁에...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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