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넋두리

야속한 여름비 / 山生 김 종명

728x90
반응형

야속한 여름비

비가 내린다.

초록이 지친 공간 사이로,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내리는 비는,

뜨거운 대지를 식혀주지만,

봄 한 철 목마름에,

가슴까지 태우고,

오뉴월 염천을 인내하며,

꽃을 피운 가녀린 여름꽃은,

야속하고 모질게 때려대는,

빗줄기에 휘청거린다.

내리는 비는,

꽃잎을 타고 빗물이 되고,

눈물이 되어,

땅바닥으로 서럽게 흘러내린다.

뜨거운 꽃바람에

견딜 수 없는 더한 그리움에,

몸서리치며 찾았던 황금빛 꽃밭.

가냘프게 긴 허리,

보름달 같은 얼굴,

엊그제 꽃길에서 건넨,

짧은 사연들이,

야속하게 퍼붓는 비로,

꽃의 아우성과 함께,

고운 추억들이 빗물 따라,

사방으로 흩날린다.

매정하고 야속하게 퍼붓는 비에,

꽃들은 기댈 힘조차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꽃이 지면 나 또한,

계절에 기댈 힘조차 없어진다.

변덕스러운 여름이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왠지 모를 외로움에 젖는다.

갑자기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리워진다.

2022.7.31.폭우가 쏟아지는 오후에...山生 김 종명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