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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

설애(雪愛) / 山生 김 종명 설애(雪愛) 꽃이 피었다. 구름 타고 내려온 설편(雪片)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 등에 업혀, 찬 매화가 핀 이른 봄빛에, 하얀 꽃을 피웠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햇살이 퍼지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겁지겁 달려간 산정(山頂), 차가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빛 설편(雪片)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덩달아 내 가슴도 따라 출렁댄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상고대, 투명한 몸으로, 바람결에 토해내는 청아한 소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닮아, 내 가슴을 울린다. 숨 막히는 하얀 세상, 눈꽃 한 움큼 보듬고, 부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더는 무엇하나 생각나지 않은, 순백(純白)의 세상, 행여 티끌이 될까 봐, 까만 머리칼 한 오라기 움켜쥐고, 연민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음.. 더보기
덕유산의 눈꽃 세상 덕유산의 눈꽃 세상 오랜만에 반짝 파란 하늘이 열리고, 솜사탕 같은 정월의 햇살이 퍼지자, 하얀 눈꽃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고갯마루의 매서운 바람에, 설편들이 보석처럼 흩날린다. 산기슭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산정에는, 꽃 중에서 가장 찰나의 꽃인, 눈꽃이 피었다. 늘 보는 설경이지만, 봄꽃이 피는 막바지 겨울이라, 그 감흥은 또 달랐다. 어쩌면 이 겨울의 마지막이 될, 순백의 세상에 퐁당 빠진 마실이었다. 2024.2.27. 덕유산 향적봉에서... 山生 김 종명 오늘의 이모저모 연 이틀 비가 내린 도심과 달리 산정에는 대설이 내렸다 늘 버릇처럼 무주리조트 웹캠으로 설천봉 주변의 실시간 설경을 확인하고 파란 하늘이 열리는 시간에 무주리조트로 향하였다 이제 겨울도 끝이라며 봄의 시작인 활짝 핀 매.. 더보기
무등산 눈꽃트레킹 무등산 눈꽃트레킹 꽃이 피었다. 숨바꼭질하는 하늘 아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빈 나뭇가지에, 순백의 설화(雪花)가 피었다. 꽃은 철 따라 피고 지고 하지만, 설화는 겨울 한 철, 매서운 찬 바람에 꽃을 피운, 찰나의 꽃이기에, 더 진한 감동을 준다. 금빛 햇살에 금방이라도, 꽃이 사그라지는 까닭이다. 모든 것이 차가운 흙속에 묻힌 겨울, 너 말고 달리 꽃을 피우는, 꽃이 없기에, 이른 봄날 언 땅을 뚫고 솟아 오른, 봄꽃처럼 너를 기다린 것 같다. 마치 그리운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고갯마루 찬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빈 가지에 매달린 보석들이, 맑은 신음 소릴 토해낸다. 빈 몸으로, 비움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겨울 나목들... 그곳에 하얀 세상이 열린 것이다. 순백의 눈꽃은, 비록 향기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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