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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의 엄동설한(嚴冬雪寒)
차디찬 겨울바람이,
대지(大地)를 짓누르고,
어두운 숲을 밝힌,
하얀 눈 속을 걸었다.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어,
하얀 무늬를 깐 눈 위를,
고요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다.
빈가지에 꽃을 피운,
찰나(刹那) 눈꽃은,
세찬 바람에 흩날리고,
한줄기 햇살에 녹아내리면서도,
갖가지 형상으로,
내 마음을 한 개 한 개 열게 하여,
이윽고 내 심장까지 고동치게 한다.
선운산 도솔천은,
지난 만추(晩秋)에,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내 심장을 뜨겁게 하였고,
이 삼동(三冬)에는,
순백(純)의 설화(雪花)로,
내 영혼마저 빼앗는다.
혼자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설경(雪景),
정적 속에 만발한 눈꽃,
향기도 없는 고귀한 자태에,
정신없이 빠져든 노년(老年)은,
아무 두려움 없이 냉기(冷氣)를 퍼마시며,
찰나의 눈 맞춤으로,
눈부신 눈꽃을 티나지 않게 살짝 보듬고.
사랑 어린 산사(山寺)의 눈길에,
내 발자국만 남겨두었다.
2023.12.22. 선운사 도솔천에서...山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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