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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봄날의 회상(回想)
새봄에 싹을 틔웠다가,
순서대로 꽃을 피우는 봄꽃,
사방에서 앞다투어 피지만,
꽃이 질 차례가 오면,
한껏 누리던 영화를 뒤로 한 채,
다음 꽃에 자리를 물려주고,
홀연히 떠난다.
꽃이 필 때보다 질 때,
더 아름다운 것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고집하지 않고,
질 차례를 안다는 것이다.
꽃이 질 때의 순간,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일몰 후의 노을처럼 빛난다,
어쩌면 우리와 같은,
한편의 인생 드라마이기도 하다.
젊을 때 등한시 한 꽃,
나이 들면서 꽃을 찬양한다.
정열은 나이와 더불어 사그라지고,
피 끓는 사랑의 환상도,
모두 세월 속에 묻히지만,
연인들의 속삭임이 남아있는,
사랑스러운 오솔길,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한 꽃길은,
인생의 온갖 고뇌와 번뇌를,
한 순간 잊게 하고,
꿀처럼 달콤한 회상의 기쁨을 준다.
보라!
가슴 떨리게 하는 저 눈부신 꽃밭을...
이 짧은 봄을 어서 즐겨야 한다.
철쭉이 제 몸을 불사르면,
머지않아 밤이 짧은 여름이 온다.
2023.4.19.가랑비 내리는 오후에...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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