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바닷길에서 / 山生 김 종명
무인도 바닷길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퍼지는 정오의 바다, 썰물때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무인도. 새들도 날지 않고, 배 한 척도 없는, 무인도의 한적한 바다는, 때로는 잔잔하다가 높이 솟구치고, 때로는 맨살을 드러내다가 깊이 잠긴다. 밀물 따라 부는 바람에, 소금 냄새를 풍기며, 하얀 이빨을 드러낸 파도는, 바다 밑에 웅크린, 애꿎은 몽돌과 갯바위를 때려대며, 눈송이처럼 휘날리며 흩어진다. 생이별에 화풀이라도 하는 것인가? 운명처럼 갈라졌다 다시 만나는 바닷길, 바다가 만나는 기쁨 뒤에, 내가 무인도에 표류될까 겁나서, 달려드는 파도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바닷길을 걷는다, 맑은 겨울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들리는 소리, 그 소리는 나 혼자에게만 들리는가? 파도가 슬피 우는, 갈라진 바닷길을 나 홀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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