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薰風)이 부는 날 / 山生 김 종명
훈풍(薰風)이 부는 날하루가 멀다않고 찾아 나선 봄빛,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언제나 그리움이었다.사랑의 즐거움과 기쁨, 그 자체가 아니더라도,그냥 보기만 하여도, 가슴설레게 하는 너,나는 기억한다.너를 만나 내 심장은 더 뜨거웠고,내 안의 영혼이 행복한 시간이었다.삶의 탄력과 리듬을 타는 순간,꽃길에서 터져 나오는 외마디 탄식,어머! 벌써 잎이 피었네!그렇다!꽃이 피었다가 시간이 저만치 흐르면서,푸르른 잎으로 된 것이다.민들레 홀씨가 들판으로 달리고,이제 초록이 점점 짙어진다.봄은 언제나 그렇다,소리 소문 없이 떠나는 것이다.내 영혼을 젊게 만든 봄꽃 길,훈풍(薰風)이 인다!꽃길에 남겨진 소중한 내 발자국 위로,스쳐지나는 바람은, 영락없는 훈풍(薰風)인데,훈풍(薰風)은 모르는 척, 슬쩍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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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일출(日出) / 山生 김 종명
도심 속의 일출(日出) 눈 뜨면 늘 버릇처럼, 창밖으로 눈길이 간다. 아직 이른 새벽녘, 하늘에는 어두운 달빛 대신, 붉은 여명(黎明)이 번진다. 아직 잠이 덜 깬, 성냥갑 같은 도심 위로, 서서히 빨간 물감을 뿌려대고, 이윽고, 먼 산 능선 위로 불꽃이 피어난다. 비록 동해의 장엄한 일출은 아니지만, 늘 일출을 마주하면 저절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원초적인 신앙 속으로 빠진다. 오늘도 기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모든 이웃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였다. 불꽃이 피는 이른 새벽에... 2022.8.29. 이른 새벽 아파트 옥상에서... 山生 김 종명 이른 아침 베란다에서 바라본 여명 멀리 해맞이공원인 둔티산과 평거동 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조망되고 사천,하동, 산청, 함양을 잇는 도로가 우리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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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춥고 추운 어스름한 새벽녘, 항구에는 닻 내린 빈 배만 묶여있고, 수면에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희뿌연 반달과 별빛만 어둠을 지킨다. 하늘과 땅 사이로 흐르는 바람에, 어둠에 묻혔던 검은 파도가, 거칠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나의 영혼에 겁을 주고, 애꿎은 갯바위를 때려댄다. 파도가 무섭게 칠 때마다, 부질없는 회상과 상념도 덩달아 흩뿌려진다. 선잠 깨어 세월을 탓하고, 소금 냄새에 젖은 노년은, 동녘에서 서서히 빨간 물감을 뿌려대고, 불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한없이 드넓은 겨울바다와, 하얀 포말을 뿌려대는 파도를 보며, 이 새벽이 다 할 때까지, 노년은 청승을 떨며 갯가에 서 있었다. 도대체 몇 번째 겨울바다인지, 이제 생각하기도 싫다. 정녕 세월에 닻을 내릴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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