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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선천성 그리움 / 山生 김 종명 선천성 그리움 계절이 바뀌고,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그리움, 그것은 선천성 그리움일 게다. 첫울음이 터지고, 탯줄을 묻었던 곳, 가끔씩 꿈처럼 떠 오르는, 태초의 그곳은, 그냥 생각만하여도 가슴을 울리는, 고향(故鄕)이란 곳이다. 어떨 때는, 마을 입구의, 커다란 정자나무가 떠 오르고. 또 어떤 때는, 뒷산 숲의 뻐꾸기 소리가, 잔잔히 귓전을 울린다. 그러다가, 숱한 삶의 과정 속에, 진한 정을 나누었던 인연들이, 가물거리듯, 먼 기억 저 편에서 다가와, 생생한 기억으로 가슴을 후벼 판다. 골목의 아이들 웃음소리, 정을 나눈 숱한 사람들, 눈에 익숙한 동네 모습들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의 길목에서, 노년은 묵은 회상에 잠긴다. 몸은 세월 따라 절로 늙어가지만.. 더보기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 山生 김 종명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고 지고, 그러다가 녹음이 지쳐,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물들다가, 북풍이 스멀스멀 밀려오면, 떨어지다 찢긴 마른 잎이, 차가운 땅 바닥에 널브러지고, 어느새 가로등 그림자는, 제 몸보다 두배나 길어진다. 불빛이 하나 둘 사라진 적막한 골목에는, 길 고양이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쌀쌀한 겨울바람에 흩날린다. 해지면 달 뜨고, 달지면 해 뜨는, 아주 단순한 하루가, 벌써 열두 달을 채우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냥 빈손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라며, 늘 그랬듯이 연말만 되면, 나는 어느새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허한 마음에 밤거리를 나서면, 귀에 익숙한 캐롱 송과, 트리의 꼬마전구가 반짝이고, 불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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