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 山生 김 종명
군불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온,서늘한 외풍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깬다.으슬으슬하게 추운, 잠 못 이루는 겨울밤. 불현듯 군불의 추억이 떠 오른다.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자, 장작불을 지피고, 군불로 지피다 남은, 벌겋게 탄 숯을 화로에 담아,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화롯불에 쭈글쭈글해진, 군고구마 껍질을 벗겨내고, 쫀득하고 달콤한 속살을 꺼내 먹으며, 얼굴에 묻은 숯검정을 보고, 티 없이 맑게 웃었던, 옛 추억들이 아련히 떠 오른다. 비록 풍족하지 않았고, 혹독하게 추운 날씨였지만, 온 식구가 살갑게 정을 나눈,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군불과 화롯불이, 새삼 떠 오르는 것은, 필시 외풍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점점 정나미가 사라지는, 차가운 현실 탓일 게다. 지금은 마음에 군불을 때야할 때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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