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 종명
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 종명비가 내린다 가을비가,초여름 비처럼,하염없이 퍼붓는다.모든 잎이 물들고,가을꽃이 한창인데,야속한 찬비는,가냘픈 꽃대를 짓누르고,때깔 고운 잎들을,차가운 땅바닥에 흩뿌린다.땅바닥을 구르며 울부짖는,가을꽃들의 통곡 소리가,비바람을 타고 흐르고,꽃길에 남긴 사랑어린 사연들이,야속한 비바람에 떠밀려,사방으로 흩뿌려진다.갑자기 까닭 없이 울컥해진다.가슴이 아려오면서,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진다. 유리창에 차가운 빗방울이,소리 없이 또르르 흘러내린다,애써 티 내지 않으려 해도,눈꺼풀 사이로 이슬이 맺힌다.이 가을이 채 끝나기도 전에,차가운 겨울이 올까?찬비에 가을빛이 사그라질까?이렇듯 부질없는 걱정은,가을을 보듬고 싶은 더한 욕심이런가?2024. 11.1. 비 내리는 오전에...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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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세월에 몸 따로 마음 따로
무심한 세월에 몸 따로 마음 따로 언제부터인가 흰 머리칼이, 한 올씩 생기더니, 이제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정수리가 훤하게 빛난다. 약병이나 생필품의 겉포장 글들이, 흐릿하게 보이고, 눈 밑은 처지고 주름살도 늘어간다. 어떻게 보면 큰 고장 없이, 죽지 않고 여태껏 살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 끓는 청춘은 이미 과거가 된 지 오래, 점점 기억이 흐려지고, 개울가를 펄쩍 뛰어 건넌 것도, 이젠 옛날이 되어가고. 석산(石山)을 거침없이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다리가 후들거려, 급기야(及其也) 네발까지 쓴다. 그렇다! 절로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초라한 인생이 되기 싫어, 허한 욕심을 버리고 눈만 뜨면, 매 순간 소욕지족(少欲知足)에 만족하지만, 세월은 나를 비껴 자꾸 달아나니,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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