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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군불 / 山生 김 종명 군불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온,서늘한 외풍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깬다.으슬으슬하게 추운, 잠 못 이루는 겨울밤. 불현듯 군불의 추억이 떠 오른다.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자, 장작불을 지피고, 군불로 지피다 남은, 벌겋게 탄 숯을 화로에 담아,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화롯불에 쭈글쭈글해진, 군고구마 껍질을 벗겨내고, 쫀득하고 달콤한 속살을 꺼내 먹으며, 얼굴에 묻은 숯검정을 보고, 티 없이 맑게 웃었던, 옛 추억들이 아련히 떠 오른다. 비록 풍족하지 않았고, 혹독하게 추운 날씨였지만, 온 식구가 살갑게 정을 나눈,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군불과 화롯불이, 새삼 떠 오르는 것은, 필시 외풍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점점 정나미가 사라지는, 차가운 현실 탓일 게다. 지금은 마음에 군불을 때야할 때다. 2.. 더보기
세월무상(歲月無常) / 山生 김 종명 세월무상(歲月無常)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차가운 외풍에 화들짝 놀라며, 겨울밤이 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불타는 열정, 쉼 없는 정열로, 밤낮 가리지 않고, 숨 가쁘게 살았던 때는, 왜 그렇게 밤이 짧았는지,..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날수록, 노년의 세월은, 삼동 추위보다 더 혹독하다. 그저 세상의 모퉁이에서, 부질없는 상념만 떠 올리며, 긴 겨울밤 선잠을 일상으로 한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애써 모른 척하며 고개를 돌리지만,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또한 세월무상(歲月無常) 일 게다. 2022.12.28. 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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