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겨울바다에서 / 山生 김 종명 춥고 추운 어스름한 새벽녘, 항구에는 닻 내린 빈 배만 묶여있고, 수면에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희뿌연 반달과 별빛만 어둠을 지킨다. 하늘과 땅 사이로 흐르는 바람에, 어둠에 묻혔던 검은 파도가, 거칠게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나의 영혼에 겁을 주고, 애꿎은 갯바위를 때려댄다. 파도가 무섭게 칠 때마다, 부질없는 회상과 상념도 덩달아 흩뿌려진다. 선잠 깨어 세월을 탓하고, 소금 냄새에 젖은 노년은, 동녘에서 서서히 빨간 물감을 뿌려대고, 불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한없이 드넓은 겨울바다와, 하얀 포말을 뿌려대는 파도를 보며, 이 새벽이 다 할 때까지, 노년은 청승을 떨며 갯가에 서 있었다. 도대체 몇 번째 겨울바다인지, 이제 생각하기도 싫다. 정녕 세월에 닻을 내릴 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