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종명
늦가을 애상(哀傷) 부지깽이가 덤빌 필요가 없고,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 신짝 들고 들판에 나설 필요도 없는, 황량한 가을 들녘에는, 빛바랜 벼 밑동만 남았고, 열정이 넘치던 도심 거리에는, 푸석한 가로수 잎들만 나뒹굴고,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나그네의 그림자만 짧아져 간다. 이틀이 멀다 않고, 가을 마실길에서 만난, 맑고 잔잔한 인연들의 뒷모습이, 그 길에 또렷이 남아있는데, 단풍 끝, 겨울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눈앞에 서 있다. 애써 허한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바람이 불적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마당 한가운데를 달리고, 잿빛 하늘은,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뿌린다. 2022.11.22. 비 내리는 소설(小雪) 오후에...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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