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 山生 김 종명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며...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고 지고, 그러다가 녹음이 지쳐,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물들다가, 북풍이 스멀스멀 밀려오면, 떨어지다 찢긴 마른 잎이, 차가운 땅 바닥에 널브러지고, 어느새 가로등 그림자는, 제 몸보다 두배나 길어진다. 불빛이 하나 둘 사라진 적막한 골목에는, 길 고양이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쌀쌀한 겨울바람에 흩날린다. 해지면 달 뜨고, 달지면 해 뜨는, 아주 단순한 하루가, 벌써 열두 달을 채우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냥 빈손으로 살아온 것도 아니라며, 늘 그랬듯이 연말만 되면, 나는 어느새 가는 세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허한 마음에 밤거리를 나서면, 귀에 익숙한 캐롱 송과, 트리의 꼬마전구가 반짝이고, 불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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