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애(雪愛) / 山生 김 종명
설애(雪愛) 꽃이 피었다. 구름 타고 내려온 설편(雪片)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무 등에 업혀, 찬 매화가 핀 이른 봄빛에, 하얀 꽃을 피웠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햇살이 퍼지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겁지겁 달려간 산정(山頂), 차가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빛 설편(雪片)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덩달아 내 가슴도 따라 출렁댄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상고대, 투명한 몸으로, 바람결에 토해내는 청아한 소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닮아, 내 가슴을 울린다. 숨 막히는 하얀 세상, 눈꽃 한 움큼 보듬고, 부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더는 무엇하나 생각나지 않은, 순백(純白)의 세상, 행여 티끌이 될까 봐, 까만 머리칼 한 오라기 움켜쥐고, 연민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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