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雪花)를 기다리며 / 山生 김 종명
설화(雪花)를 기다리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잔뜩 기다려지는 설화(雪花). 잎사귀도 없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빈 나뭇가지에 꽃을 피우는 눈꽃은, 오직 하얀 빛깔 하나로, 잠깐 피었다가 지는, 찰나의 꽃이기에 더 기다려진다. 빈 가지에 핀 하얀 눈꽃은, 배넷저고리를 입었다가, 수의(壽衣)를 입고 떠나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았다, 바람이 불적마다, 수정 같이 맑은 소리를 토해내는, 순백의 눈꽃은, 비록 향기는 없지만 맑고 순수하다. 더구나,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보탤 것 없는 빈 가지에 핀 꽃이기에, 늘 겨울만 되면, 잔잔한 평안과 기쁨을 주고, 삶의 허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 누구의 순수를 닮았기에, 순백의 설화(雪花)가 기다려진다. 절기상 내일이 대설(大雪)이다. 2022.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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